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실제 무일푼에서 백만장자가 된 월가의 주식브로커 조던 벨포트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갱스 오브 뉴욕>(2002)을 통해 피로 물든 1840~1860년대의 미국 역사를 리얼하게 그려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번엔 월가의 탐욕과 미국의 약탈적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다. 올댓시네마 제공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블랙코미디
백만장자 조던 벨포트 실화 소재로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민낯 보여줘
디캐프리오 등 배우들 연기력 압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블랙코미디
백만장자 조던 벨포트 실화 소재로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민낯 보여줘
디캐프리오 등 배우들 연기력 압권
“스트래턴 오크몬트가 바로 미국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5번째로 뭉쳐 만든 3시간짜리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주인공 조던 벨포트 역을 맡은 디캐프리오가 영화 속에서 “고객이 주식을 사거나 죽기 전엔 절대 전화를 끊지 말라”고 사원들을 독려하며 던지는 회심의 한마디이기도 하다.
<더 울프…>는 월스트리트에 입성해 26살의 나이에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랐지만, 마약·섹스에 취해 흥청망청 살다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던 조던 벨포트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 소설은 40개국에서 18개 언어로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조던 벨포트와 그가 만든 투자사 스트래턴 오크몬트의 모습을 빌려 윤리·도덕·법 따위는 상관치 않고, 돈이라는 욕망을 쫓아 온갖 사기와 협잡을 일삼는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1987년 미국 뉴욕의 월가. 주인공 조던 벨포트는 정식 주식 중개인이 된 첫날 ‘블랙 먼데이’(미 증시 대폭락)가 터지며 실업자가 된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던 조던은 금융당국의 단속이 허술한 ‘페니 스톡’(동전 한 푼에 거래되는 쓰레기 주식)으로 엄청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뛰어난 머리와 능수능란한 화법을 밑천 삼아 친구들과 스트래턴 오크몬트를 창업한다.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불법·탈법을 동원한 영업전략으로 막대한 부를 쌓게 된 조던은 그 돈을 마약과 섹스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조던은 자신의 불법행위를 감시해 온 에프비아이(FBI)의 수사망에 걸려들어 위기에 몰린다. 증권거래위원회와의 뒷거래를 통해 경영권을 내놓는 대신 죄를 탕감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돈에 대한 욕망’ 때문에 놓쳐버린 조던은 결국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조던 벨포트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주인공의 자기고백과 블랙코미디라는 두가지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약육강식의 밀림과도 같은 월가를 소개하는 조던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중간중간 폭소와 씁쓸한 웃음도 교차한다. 조던이 마약·섹스 파티를 열기 위해 진지하게 중역회의를 여는 장면, 시시티브이가 설치된 집에서 아내와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다 경호원들에게 목격되는 장면, 한 달 카드값이 43만달러나 나왔다며 추궁하는 아버지에게 친구들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핑계를 대는 장면 등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내는 것은 주연을 맡은 디캐프리오를 비롯한 연기자들이 선보이는 발군의 연기력이다. 특히 조던이 강력한 환각제인 레먼(퀘일루드)을 먹고 떡실신해 뇌성마비 상태에 접어드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팔다리가 마비된 상태에서 계단을 기고 굴러서 자동차까지 간 뒤 운전을 해 집에 가는 이 10여분의 장면은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자아낸다. 디캐프리오 연기력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초반 조던의 첫 직장 상사 마크 역으로 잠깐 출연하는 매슈 매코너헤이의 연기 역시 볼만하다. 세련된 양복차림의 그가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약·창녀·수음은 꼭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요상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조던의 괴짜 친구 대니 역을 맡은 조나 힐, 조던의 다혈질 아버지로 출연한 <미저리>, <어 퓨 굿 맨>의 명감독 롭 라이너의 연기도 백점짜리다.
결국 스코세이지 감독은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인간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으며, 미국의 약탈적 금융자본주의가, 금융계의 무법자인 월가 주식 브로커들의 탐욕, 한 방을 노리는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금융시스템의 무능이 합작해 만들어 낸 것임을 꼬집는다. 미국의 추악한 금융자본주의로 인한 경제 위기가 영화의 배경인 1980~90년대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다소 과장된 화법을 구사하는 이 영화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져 씁쓸하기도 하다.
<더 울프…>는 전체적으로 스코세이지의 이름값을 증명하는 영화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조던의 난잡하고 방탕한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섹스신과 마약 흡입 장면은 과도하게 느껴진다. 필요 이상의 노출, 지나치게 마초적인 대사, 비정상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는 스트래턴 오크몬트 사무실의 풍경 등은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늘어진 러닝타임이 오히려 흥행의 발목을 잡을 듯하다. 9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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