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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사랑의 상처…묘약은 결국 사랑

등록 2014-02-11 19:41수정 2014-02-11 21:54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13일 개봉)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13일 개봉)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유효기간…’
사랑 못믿는 30대 이혼남 이야기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
첫사랑 통한 주인공 6명의 성장담
‘연인들의 명절’이라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는 연인들은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연인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을까? 켈트족의 오랜 전설을 바탕으로 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는 두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사랑의 묘약’이 등장한다. 일단 마시면 ‘하루를 못 보면 병이 들고, 사흘을 못 보면 죽는다’는 이 묘약은 그러나 효력이 3년을 넘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두 사람이 숲 속으로 도망쳐 함께 지낸 시간이 3년이라는 데서 비롯된 속설이다. 뇌과학자들의 연구로 이 속설은 ‘과학적 근거’마저 획득했다.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이 지속되는 시간은 길어야 3년이라는 것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사진·13일 개봉)은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 동안이냐?’는 진부한 물음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날카로운 대사와 발랄한 연출로 프랑스식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다.

막 이혼을 한 30대 초반 평론가 마크(가스파르 프루스트)는 사랑과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소설을 필명으로 출간한다. 흥청망청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사촌의 아내 알리스(루이즈 부르고앵)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와 가까워지지만 자신이 쓴 책을 혹평하며 비난하는 알리스를 보며 책의 저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들킬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책이 예상치 못하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출판사 편집장 프란체스카(발레리 르메르시에)가 마크의 정체를 밝히려 하면서 그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톡톡 튀는 대사다. “(연애) 1년째엔 가구를 사고, 2년째엔 가구를 재배치하고, 3년째엔 가구를 나눈다”, “사랑이란, 현실이라는 햇살이 비추자마자 소멸하는 안개”, “21세기 사랑은 답 없는 문자메시지” 등의 감각적인 대사는 입안에 머금은 와인처럼 은근한 뒷맛을 남긴다. 또 유효기간이 다 된 연인의 손길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표현한다거나, 이혼 담당 판사가 결혼식을 본떠 “이혼이 성립됐습니다. 이제는 서로를 미워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영화음악가 미셸 르그랑(82)의 명곡 ‘아이 윌 웨이트 포 유’(<쉘부르의 우산> 삽입곡) 등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그가 직접 출연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영화가 주는 ‘깜짝 선물’이다.

숨바꼭질 같았던 그 시절 첫사랑 같은 이름의 텔레비전 만화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일본 애니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20일 개봉)는 아련했던 어린 시절 첫사랑의 기억을 조용히 불러낸다. 애니메이션의 나라 일본에서 ‘재패니메이션 3대 감동작’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단짝 친구들인 진땅과 멘마 등 6명은 스스로를 ‘초평화 버스터즈’라고 이름 붙이고 우정을 나눈다. 아이들 사이에 첫사랑의 뜨거움이 달아오르던 어느 여름, 6인방 중 가장 수줍음이 많던 멘마는 갑작스런 사고로 모두의 곁을 떠난다.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했던 친구들은 멘마의 죽음으로 마음에 각자의 상처와 짐을 안은 채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어느 여름날, 팀의 리더 진땅 앞에 멘마가 다시 나타난다. 모두와 함께 소원을 이루고 싶다는 멘마의 바람에 따라 진땅은 그간 소원했던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엇갈려버린 마음, 전하지 못한 진심, 자신을 탓하는 죄책감에 긴 시간을 보낸 6명의 친구는 다시 모이고, 멘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다.

<그날 본 꽃의…>는 주인공 6명의 성장담이자 치유담이라 할 수 있다. 모두의 트라우마가 된 멘마의 죽음을 극복해 나가면서 멘마의 진정한 소원은 ‘잃었던 우정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진실을 깨닫는 과정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담아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편지에 마음을 담는 판타지적 설정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나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세밀한 감정선과 그 변화를 담아내는 대사와 연출력은 훨씬 더 놀랍다.

손을 뻗어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하지만 숨겨도 숨겨도 어느샌가 들켜버리고 마는 ‘숨바꼭질’ 같은 첫사랑. 눈물 쏙 빼는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연인들에게 제격인 영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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