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최근 홍수처럼 쏟아지는 3디 애니메이션의 현란한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독특하고 편안한 수채화풍 그림, 어른과 아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 그 속에 담긴 날카로운 현실풍자 등으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엣나인필름 제공
유럽 애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아카데미 애니상 후보작으로
곰과 생쥐 ‘금지된 우정’ 통해
편견과 부조리 현대사회 풍자
동화책 넘기듯 장면장면 전환
지루함 없이 편안한 느낌 줘
애니메이션 흥행 이을지 주목
아카데미 애니상 후보작으로
곰과 생쥐 ‘금지된 우정’ 통해
편견과 부조리 현대사회 풍자
동화책 넘기듯 장면장면 전환
지루함 없이 편안한 느낌 줘
애니메이션 흥행 이을지 주목
지난달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국내 최초로 애니메이션 10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어린이용으로만 여겼던 애니메이션이 3디 기술과 만나면서 실사보다 더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어른팬들도 사로잡는 것이다. 20일 개봉하는 유럽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역시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만한 영화다. 할리우드식 3디 애니메이션처럼 화끈한 볼거리가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한 수채화풍 그림과 탄탄한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다.
거리 음악가로 묵직한 덩치와 달리 어수룩한 곰 ‘어네스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무서운 곰’을 궁금해 하는 호기심 많은 생쥐 ‘셀레스틴’이 주인공이다. 눈 내리는 겨울, 먹을거리가 떨어진 어네스트는 거리로 나와 바이올린과 북을 연주하지만 차가운 외면만 받는다. 먹을 것을 찾아 헤메던 어네스트는 우연히 쓰레기통에 갇힌 셀레스틴을 구해주게 되고, 셀레스틴을 잡아먹는 대신 그의 도움으로 허기를 채운다. 이후 생쥐들의 썩은 이를 치료하는 데 쓸 아기곰 이빨을 구해오라는 어른들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지상세계로 나온 셀레스틴은 어네스트와 다시 만나친구가 된다. 하지만 지상세계의 곰들은 ‘쥐는 더럽고 나쁜 병을 퍼뜨린다’는 편견에, 지하세계 생쥐들은 ‘곰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기에, 둘은 서로 친구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고 경찰에 쫓기게 된다.
영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따뜻한 에피소드와 성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풍자로 가득하다. 어린이의 눈으로 보면 서로 다른 종인 곰과 생쥐가 ‘금지된 우정’을 지켜나가는 훈훈한 동화지만, 어른들에겐 계급과 권력, 편견과 부조리로 가득찬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날카로운 비판서다. “편견을 깨는 것보다 원자핵 하나를 쪼개는 것이 더 쉽다”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치과의사가 되라는, 판사가 되라는 어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과감히 화가와 음악가라는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 셀레스틴과 어네스트의 용기도 요즘 한국의 교육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붓과 색연필로 그린 듯한 수채화풍 그림은 화려하지 않지만 자극적이지 않아 오히려 눈을 편안하고 즐겁게 한다.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듯한 장면 전환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다. 어네스트가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그림책을 만들듯 셀레스틴의 그림이 완성돼 가는 장면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요즘 애니메이션들이 아이돌 스타 등을 캐스팅해 더빙을 하는 것과 달리 전문 성우들을 기용해 전문성을 살렸다. 어네스트 역에는 성우이자 <도가니>의 악역배우로 이름을 알린 장광이, 셀레스틴 역에는 <라푼젤>로 인기를 모은 성우 박지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유럽 어린이들의 필독서인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동화 <셀레스틴느 이야기>가 원작으로, 미국 디즈니의 <겨울왕국>, 일본 지브리의 <바람이 분다>와 함께 올해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세자르 영화상 애니 부문 대상, 엘에이비평가협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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