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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단독] 내가 본 ‘극장 동시 VOD’, 알고보니 ‘가짜 개봉작’

등록 2014-04-16 02:01수정 2014-04-17 00:25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만원에 내려받는 영화 ‘마녀사냥꾼’
‘극장 동시 개봉작’이라면서 상영 안해
예매하고 극장 찾은 관객들 ‘헛걸음’
돈 되는 ‘극장 개봉작’ 타이틀 얻으려
하루·이틀짜리 개봉작 늘었지만
최근엔 아예 상영 않고 관객 속여
지난 13일 오전 7시 인천 부평대한극장에 도착한 고아무개(42)씨는 당황했다. 스페인 출신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신작 <마녀사냥꾼>을 보려고 서울 역촌동 집에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상영시간에 맞춰 왔지만, 극장 문은 잠겨 있었다. 마산에서 전날 밤차를 타고 올라왔다가 허탕을 친 남자도 극장 앞에서 만났다고 한다. 고씨는 “영화 ‘가짜 개봉’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당해보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고씨의 사연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빠르게 번져갔다. 이처럼 실제 상영을 하지 않으면서 극장에서 개봉한 것처럼 꾸미는 ‘가짜 개봉’이 최근 늘어나며, 영화진흥위원회가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자가 14일 포털사이트에서 <마녀사냥꾼>을 검색하니 부평대한극장과 경기도 오산시네마 두 곳에서 오전 7시 하루 한 차례씩 상영하는 것으로 나왔다. 오산시네마에 예매하려 하니 “잔여석이 없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평대한극장은 예매가 됐고 카드 결제까지 이뤄졌다. 극장에 전화해 문의하니 “영화 필름이 없어 상영하지 않으니 예매를 취소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극장 쪽은 “개봉일(4월10일)부터 단 한차례도 상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러 언론을 통해 지난 2월6일 개봉을 예고했던 영화 <할리우드 폭로전>은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로버트 드니로, 브루스 윌리스, 숀 펜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해 할리우드 영화판의 뒷얘기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롯데시네마 용산점 오전 8시, 메가박스 강남점 새벽 1시에 상영하는 것으로 예매사이트에 나와 있었지만, 실제 예매하려 하면 “매진됐다”며 진행되지 않았다. 영화팬들은 블로그, 에스엔에스 등에 “할리우드 폭로전? 가라(가짜)개봉 폭로전!”이라는 글을 남기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극장 관계자는 “영화 수입·배급사가 극장을 대관한 경우여서 실제 예매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짜 개봉’은 일종의 ‘편법 개봉’에서 비롯된 것이다. 몇년 전부터 아이피티브이(IPTV)의 영화 보기(VOD) 서비스와 포털사이트 등의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인도 영화, 성인 영화 등 ‘작은’ 영화들이 극장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만 상영하고 브이오디·다운로드 서비스로 가는 사례들이 부쩍 늘었다. ‘극장 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데다,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소수 취향을 충족시키는 다양성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편법은 영화계와 영화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용인돼 왔다.

최근 사례는 여기에서 나아가 아예 극장에서 한 차례도 상영하지 않으면서 개봉한 것처럼 속이는 경우다. <마녀사냥꾼>은 현재 네이버 영화 서비스에서 ‘극장 동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1만원에 내려받도록 하고 있다. 극장 개봉작이 아니거나 극장 상영이 끝난 경우 비싸도 5000원 아래인 대부분의 영화들에 견줘 2배 넘는 가격이다. 결과적으로 서비스 이용자들도 피해를 보는 셈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큰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한 현실에서 작은 영화들이 하루이틀 극장에 걸고 2차 판권시장으로 가는 고육책은 이해는 하지만, 처음부터 사기를 치는 것은 관객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김현수 정책연구부 부장은 “일부 영화 수입·배급사와 극장의 짬짜미로 인해 피해자들이 생기는 최근 사례를 파악하고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규정이 없어 지금으로선 이를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은데, 법률 자문을 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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