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천재 강아지…’
“개가 사람을 무는 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여기선 이렇게 바꿀 수 있겠다. “사람이 개를 입양하는 건 얘깃거리가 안 되지만, 개가 사람을 입양하면 재미난 얘기가 된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오는 24일 개봉하는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아이큐 800인 천재 강아지 피바디와 그가 입양한 꼬마 셔먼의 모험담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피바디는 천재 강아지로 태어났다. 나뭇가지를 던지고 물어오라고 해도 “물어오면 또 던질 텐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라고 반문하며 책을 읽는다. 이 때문에 아무도 강아지를 입양하려 하지 않는다. 혼자 살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피바디는 온갖 발명을 하고 노벨상까지 받는 유명‘견’이 된다.
어느 날 피바디는 뒷골목에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피바디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아이를 입양한다. 피바디는 타임머신을 발명하고, 둘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남몰래 즐긴다.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한 셔먼은 같은 반 친구 페니를 집으로 초대하게 된다. 우연찮게 페니까지 시간여행에 휘말리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영화의 재미는 과거의 역사적 순간 한가운데로 들어간다는 데 있다.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 왕을 만나는가 하면, 트로이 전쟁과 프랑스 시민혁명을 몸소 겪기도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피렌체로 날아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고, 반 고흐, 링컨, 아인슈타인, 셰익스피어 등과도 특별한 연을 맺는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양날의 검과 같다. 세계사를 어느 정도 아는 관객들은 재밌게 보겠지만, 배경지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이들은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어른이 즐기기에도 부족한 구석이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한다는 설정 자체가 다소 식상한데다, 이야기의 굵직한 흐름보다는 여러 에피소드의 잔재미 위주로 영화를 이끌고 가는 느낌이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강력한 훅 한방 없이 잽만 날리다 끝나는 모양새다.
이 영화는 <슈렉> <쿵푸팬더> 등으로 유명한 드림웍스의 올해 첫 작품이다. 1994년 디즈니 출신 제프리 캐천버그가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손잡고 만든 드림웍스는, 잇따라 히트작을 내며 디즈니를 제치고 2000년대 새 애니메이션 명가가 됐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부진한 틈을 타 디즈니가 <겨울왕국>으로 대역전극을 펼친 모양새다. 드림웍스는 <라이온 킹>을 연출했던 롭 민코프 감독까지 불러들여 야심차게 만든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로 추격을 노렸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북미 개봉(3월7일) 당시 첫주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해 가족 관객을 꾸준히 불러모으며 한달째 5위 안에 머물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퍼스트룩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