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영화 찍었더니, 내게도 영화 같은 일이…”

등록 2014-05-13 19:18수정 2014-05-13 21:42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훈 감독. 그는 어린 시절 친척이 운영하던 ‘극장’을 놀이터 삼으며 자랐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하게 “어린 시절처럼 재밌게 놀고 싶어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훈 감독. 그는 어린 시절 친척이 운영하던 ‘극장’을 놀이터 삼으며 자랐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하게 “어린 시절처럼 재밌게 놀고 싶어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칸 진출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

2006년 충무로 입봉 뒤 7년간 백수
마음 벼리며 완성한 시나리오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
“이제 막 걸음마…내 색깔 찾겠다”
“영화를 찍다보니 제게도 영화 같은 일이 생기네요.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해둘걸.”

14일 개막하는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43) 감독. 칸에 출품한다는 배급사의 말에 “오버 아니냐”고 했을 정도로 상상조차 못했다고 한다.

칸‘감독주간’은 비경쟁 부문이긴 하지만 마틴 스코시즈, 조지 루카스 등 명감독들이 첫 장편을 선보인 섹션이다. 국내에서는 <박하사탕> 이창동, <그때 그 사람들> 임상수, <괴물> 봉준호,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감독 등이 초청을 받았다. 그에 견줘 김 감독은 영화 팬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고 필모그래피도 초라하다. 그는 <오!해피데이>(2003)와 <그 놈은 멋있었다>(2004)의 조연출을 거쳐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으로 입봉했다.

“충무로에 입성 뒤 운 좋게 일찍 입봉을 했죠. 그래서인지 교만했어요. 지금 보면 민망하지만 아마 <애정결핍…> 찍을 당시 감독으로서의 제 됨됨이가 딱 그만큼밖에 안 됐던 것 같아요.” 그 뒤 7년 넘게 작품을 내지 못하면서 말 그대로 ‘백수신세’였다. “모아 놓은 돈 다 까먹고 아내와 형제들에게 의존해 생활하면서 ‘자기부정 →슬픔→분노→우울’의 단계를 오갔어요. 하지만 더 정교하고 완벽한 시나리오를 쓰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끝까지 간다> 각본은 그렇게 탄생했다.

<끝까지 간다>는 어머니 장례식날 공교롭게 감찰 조사를 받게 된 형사 고건수(이선균)가 경찰서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하려는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벌어지는 범죄·스릴러·액션 영화다.

<끝까지 간다>는 최근 개봉한 <역린>같은 멀티 캐스팅도, <표적>같은 묵직한 액션도, <인간중독>같은 센세이션함도 없다. 하지만 약점은 촘촘한 각본과 영리한 연출 덕분에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모든 것이 현실적이었으면 했어요. 사건과 사건의 이음새도, 이선균과 그를 괴롭히는 조진웅(창민)의 캐릭터와 액션신도. 그래서 두 배우들은 진짜 때리고 맞는 ‘개싸움’을 해야 했고, 19층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도 실제로 연기해야 했죠. 두 배우에게 고마워요.”

영화의 아이디어는 우연히 찾아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을 보던 중 여자가 남자의 시신을 냉장고에 넣어 묻는 장면을 보고 퍼뜩 든 생각이었다. “내가 살인을 한다면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무덤 속에 묻자. 근데 누구 무덤에? 불경스럽지만, 죽어서도 나를 보호해줄 사람은 어머니가 아닐까?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살인자들 참 게으르기도 하지. 이런 식으로요.” 이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 천 조각의 퍼즐이 맞춰지듯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로 탄생했다.

<끝까지 간다>에는 경찰(공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여럿 등장한다. ‘경찰의 초심=연금 수령(정년퇴직)’으로 묘사되거나, 대통령 코드에 맞춰 ‘4대악 인형’을 폭파시키는 장면 등이다. “경찰은 극도의 도덕성을 갖춰야 할 집단이기에, 그렇지 못했을 때 대비가 확 되잖아요. 일부러 경찰을 깎아내리려 한 건 아니지만, 어차피 영화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반영 아닐까요?”

칸 ‘감독주간’에 초청된 감독들은 대개 색깔이 분명하다. 김 감독의 색깔을 물었다. “장르적으로 이 공간 저 공간 돌아다니며 맞는 색을 찾고 싶어요. 이제 막 기저귀 떼고 걸음마 시작한 셈이니. 아! 절대 하지 않을 장르는 있네요. ‘공포 영화’요. 겁이 워낙 많아 <주온> 같은 영화 보면 며칠 잠을 못자거든요.” 29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