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희야>에서 상처와 외로움을 지닌 경찰 영남을 연기한 배두나는 “영화를 촬영하며 실제로 극중 도희로부터 위로와 힐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화‘랑’] 영화
‘도희야’ 출연 배두나 인터뷰
‘도희야’ 출연 배두나 인터뷰
“도희야”라는 말에는 두 사람이 담겨 있다. 도희, 그리고 그 이름을 불러주는 그 누구. 영화 <도희야>(22일 개봉)는 제목부터 도희와 그 누구의 관계 맺음에 관한 이야기임을 내비친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배두나는 그 누구인 ‘영남’ 역을 수락하기까지 시나리오를 읽고 5분밖에 안 걸렸다고 했다. <코리아> 이후 2년 만의 한국 영화 복귀작. 그동안 그는 워쇼스키 남매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을 촬영했다. 봉준호, 박찬욱 등 거물 감독과도 작업해온 그가 제작비 5억원 아래의 신인 감독 장편 데뷔작에 선뜻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그것도 노개런티로.
도희 캐릭터 너무 마음에 들어
그 옆에 있고 싶어 출연 결정
감정 억누르는 연기에도 끌려
5년만에 칸영화제 초청돼 설레
“우선 정주리 감독님이 쓴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고요. 도희라는 캐릭터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영남은 돋보이는 캐릭터도 아니고, 연기자로서 어렵고 겁도 나는 배역이라는 걸 직감했어요. 하지만 도희 옆에 있고 싶었어요. (송)새벽이도 같은 생각이었나봐요. 촬영 현장에서 ‘우리 둘이 도희의 좌청룡 우백호가 되자’고 함께 다짐했거든요.”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찰 영남. 드러내놓기 힘든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면서 외진 바닷가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되듯 부임한다. 1년 동안 조용히 지내다 복귀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친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로부터 일상적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 도희(김새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도희를 보호하려 하지만, 용하는 영남의 약점을 잡아 곤경에 빠뜨린다. 어느새 자신의 모든 것이 돼버린 영남을 지키기 위해 도희는 안간힘을 쓴다. 영화 속 영남은 복잡한 속내를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페트병에 담아둔 소주를 유리컵으로 들이켜며 꾹꾹 억누른다. 배두나는 극도로 절제하는 가운데서도 속으로 삼키는 한숨, 끔뻑거리는 눈, 흔들리는 눈동자 등으로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해낸다. 연기의 어느 경지에 이른 듯하다.
“<플란다스의 개>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 등 이전 작품들에선 남들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유분방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어요. 이번엔 비밀을 감춘 채 사회적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인물이어서 감정을 억누르는 연기를 해야 했죠. 이전에 해본 적 없어도 좋아하는 스타일의 연기여서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는 자신이 캐릭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연기 기술을 발휘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했다. “남들은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믿음을 준다지만, 저는 안 믿어줬으면 해요. 영화를 한편 하고 나면, 모래성을 쌓았다가 무너뜨리고 다시 아무것도 없는 듯한 느낌이거든요. 이렇게 해야겠다는 사전준비 없이 촬영하는 그 순간 느끼는 대로 연기해요. 때문에 상대 배우가 중요하고, 현장에서 스스로 감정을 다잡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워쇼스키 감독과 촬영할 당시 그린스크린 연기(컴퓨터그래픽 작업을 염두에 두고 녹색 벽을 배경으로 하는 연기)가 특히 어려웠다고 그는 말했다. 타지에서 우리말 아닌 영어로, 그것도 실제 인물 없는 그린스크린에서 연기하다 보니 외롭기까지 했다고 한다. “전남 여수, 순천, 금오도 등을 돌며 <도희야>를 찍는 동안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실제 인물이 있고, 바다가 있고, 상큼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영화 속 도희로부터 위로와 힐링을 받는 느낌도 들었어요.”
도희를 연기한 김새론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새론이는 정말 도사같이 연기해요. 자기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고, 거기서 오는 힘이 있어요. 6살부터 연기를 했으니 경력이 거의 10년이거든요. 어두운 영화를 많이 하면서 터득했는지 배역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게 자유로워요.”
<도희야>는 14일(현지시각) 개막한 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2009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 주연배우로 칸에 입성한 적 있는 그는 이번에 두번째로 칸에 가게 됐다. “5년 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섰을 때 그동안 힘들었던 걸 모조리 보상받는 기분이었거든요. 이번에는 더 설레고 떨려요.” 그는 15일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그 옆에 있고 싶어 출연 결정
감정 억누르는 연기에도 끌려
5년만에 칸영화제 초청돼 설레
“우선 정주리 감독님이 쓴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고요. 도희라는 캐릭터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영남은 돋보이는 캐릭터도 아니고, 연기자로서 어렵고 겁도 나는 배역이라는 걸 직감했어요. 하지만 도희 옆에 있고 싶었어요. (송)새벽이도 같은 생각이었나봐요. 촬영 현장에서 ‘우리 둘이 도희의 좌청룡 우백호가 되자’고 함께 다짐했거든요.”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찰 영남. 드러내놓기 힘든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면서 외진 바닷가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되듯 부임한다. 1년 동안 조용히 지내다 복귀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친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로부터 일상적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 도희(김새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도희를 보호하려 하지만, 용하는 영남의 약점을 잡아 곤경에 빠뜨린다. 어느새 자신의 모든 것이 돼버린 영남을 지키기 위해 도희는 안간힘을 쓴다. 영화 속 영남은 복잡한 속내를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페트병에 담아둔 소주를 유리컵으로 들이켜며 꾹꾹 억누른다. 배두나는 극도로 절제하는 가운데서도 속으로 삼키는 한숨, 끔뻑거리는 눈, 흔들리는 눈동자 등으로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해낸다. 연기의 어느 경지에 이른 듯하다.
영화 <도희야>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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