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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느닷없이 찾아온 행운…“이게 생시야?”

등록 2014-05-26 19:07수정 2014-05-26 22:06

정주리(34) 감독
정주리(34) 감독
영화 ‘도희야’ 정주리 감독

대학서 수업 듣다 영화에 빠져
‘당신같은 사람 영화하면 안돼’
혹평 들었지만 포기않고 도전
이창동 눈에 띄어 ‘도희야’ 제작
“다음 작품은 19살 소녀 이야기”
지난 25일(현지시각) 폐막한 67회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던 <도희야>는 “주연 배두나가 영화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쉽지 않은 소재를 뛰어난 연출력의 힘으로 소화했다” “김새론은 괴물 같은 배우” 등 외신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 팔리기도 했다.

수상은 못 했지만 장편 데뷔작으로 칸에 진출한 정주리(34) 감독은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촬영하는 동안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에게 보상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정 감독이 <도희야>를 선보이기까지 곡절도 있었고 행운도 따랐다. 그가 성균관대 영상학과에 들어갈 때만 해도 딱히 영화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게임 등 커리큘럼 중 하나인 영화 수업을 듣다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 소모임을 만들었다. 영화에 빠져 수업 빼먹고 영화만 찍다가 제적당했고, 어렵게 재입학했다.

대학을 마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지원했다. 최종면접에서 면접관으로부터 “당신 같은 사람은 영화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려고 여기 불렀다”는 말까지 듣는 상처를 입고 떨어졌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공부를 마쳤다. 영화 현장 스태프 일을 하려 했으나 “경험이 없는데 나이는 많고 운전도 못하는 여자”를 선뜻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한예종 영상원과 씨제이이앤엠(CJ E&M)이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추진한 ‘장편 극영화 시나리오 공모 및 영화 제작 공동개발 사업’에 지원했다. “중학교 동창 이름에서 따온 ‘도희야’라는 제목을 떠올리자마자 이야기가 동시에 딸려왔어요.” 대번에 써내려간 시나리오는 최종 선정작으로 선택받진 못했다. 하지만 영상원 지도교수였던 이창동 감독이 그를 불렀다.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 만들어보자.” 이창동·이준동 형제가 제작자로 나섰다.

주인공으로 떠올린 배두나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3시간 만에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게 생시야?’ 실감을 못 했죠. 시나리오 쓸 때만 해도 이런 배우는 감히 생각도 못 했거든요.” 배두나는 “시나리오가 좋았고, 도희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그 옆에 있고 싶었다”고 선뜻 노개런티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김새론은 도희 역을 처음에 거절했다가 오디션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무렵 뒤늦게 전화를 걸어와 “왠지 제가 해야만 할 것 같아서…”라며 출연을 결정했다. “새론이를 직접 보니 눈이 정말 깊은 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얘가 진짜 도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두달 동안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 “빠듯한 일정 안에 전남 여수, 순천, 금오도부터 인천, 강화, 남양주까지 돌아다녀야 했어요. 다들 늘 피곤하고 여유가 없었죠. 감독인 제가 현장 경험이 없어서 더 그랬어요. 그래도 경험 많은 두나씨가 책임감을 갖고 중심을 잡아줘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죠. 굉장한 사람 같아요.”

차기작 계획을 묻는 때이른 질문에 정 감독은 말했다. “글쎄요. 생각해둔 얘기는 있어요. 19살 소녀와 40대 중반 여자의 얘기요. 다음에는 현장에서 더 잘할 수 있겠죠.”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오계옥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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