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영화관들이 선거 당일 투표 할인 행사는커녕 ‘주말 요금제’를 적용하기로 해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영화관 티켓 창구. 박종식 기자
누리꾼들 “투표 할인 행사 해도 모자랄 판에…”
영화관 “선거 영향줄까 부담” 황당 해명
영화관 “선거 영향줄까 부담” 황당 해명
예상보다 높았던 ‘사전투표’의 열기를 6·4지방선거 본투표까지 이어가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문화·사회·스포츠계에서 잇따라 쏟아지는 가운데,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선거 당일 ‘주말 요금제’를 적용하기로 해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투표 할인 행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대기업들인 멀티플렉스가 돈 벌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지브이·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6월4일 평일 요금보다 비싼 ‘주말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일쿠폰 등도 사용할 수 없다. 3개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요금정책상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주말 요금제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며 “지방선거일은 법정 공휴일이라서 기존 정책대로 주말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3사는 누리집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미리 공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이나 극장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말의 경우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2디 영화를 기준으로 평일 9천원보다 1천원 높은 1만원의 요금을 적용한다. 3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또한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종류의 투표율 높이기 이벤트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완죤**’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누리꾼은 “‘선거하고 와주세요. 할인 해드립니다’라고 하지는 못할망정, 대형멀티플렉스들 안 되겠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누리꾼 ‘낙내**’역시 “정식 공휴일도 아닌데, 너무한다”고 성토했다.
이렇게 멀티플렉스들이 지방선거날 투표율 독려 이벤트에 동참하지 않고 주말요금을 적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극장 수익’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보면 경제적 목적보다 복잡한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투표율 독려 이벤트를 벌이는 것을 놓고 회사 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오고 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혹시라도 선거에 영향을 주려한다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할인 이벤트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곳에 극장이 밀집해 있는데다 극장의 주 이용객이 20~30대 젊은층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대의 투표율을 높이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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