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첫 여성 감독 만수르
사우디 첫 여성 감독 만수르 이메일 인터뷰
금기 도전 소녀 그린 ‘와즈다’ 곧 개봉
“아버지덕 영화 입문…차에 숨어 찍어”
금기 도전 소녀 그린 ‘와즈다’ 곧 개봉
“아버지덕 영화 입문…차에 숨어 찍어”
여성은 크게 소리내 웃으면 안 된다. 외간남자와 시선이 마주쳐서는 안 되고 연애를 해서도 안 된다. 운전도 안 된다…. 여성에게는 ‘안 되는 일’ 투성이인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야기다. 온갖 남녀차별이 횡행하는 이 나라에서 여성 감독이 최초의 영화를 만들었다. 하이파 알 만수르(40·사진) 감독의 <와즈다>다. 만수르 감독은 사우디 여성에게는 금지된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 십대 소녀 와즈다를 통해 현실과 금기에 도전하는 여성의 용기를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만수르 감독은 10일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 “사우디 여성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희생자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며 “생동감 넘치고 세상을 바꿀 의지가 있는 주인공을 통해 새로운 길과 희망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주인공 와즈다(와드 모하메드)는 자전거를 사기 위해 편지 전달, 팔찌 만들어 팔기는 물론 ‘귀여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말괄량이로 그려진다. 그는 “자전거는 움직임의 자유, 가속의 자유를 상징한다”며 “소박한 소재를 통해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종교적 규칙을 따르지 않아 ‘문제아’로 낙인 찍히는 와즈다처럼 그 역시 ‘아웃사이더’였다고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훨씬 진보적인 아버지를 뒀다는 점이다. “사우디에서 꽤 유명한 시인인 아버지는 어린시절 ‘영화 보는 밤’을 정해 마당에 텔레비전을 내놓고 보게 하셨어요. 아버지는 적어도 딸들의 자유에 관한 한 어떠한 외부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셨죠.” 영화는 만수르 감독에게 ‘다른 세상을 보는 창’이 됐고, 결국 그는 호주 시드니에서 연출과 영화를 공부해 감독이 됐다. 만수르 감독은 스태프와 투자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와즈다>를 100% 사우디 현지에서 촬영했다. 비주얼적으로 다큐에 가까운 느낌의 ‘네오리얼리즘’을 선호한다는 감독은 “내가 그랬듯 영화라는 창문을 통해 관객이 알지 못했던 세상을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남자 스태프들과 함께 일할 수 없는 현지 조건 탓에 자동차 안에 숨어서 촬영을 해야 했다.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굉장한 모험이었고 겪어볼 가치가 있는 어려움들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와즈다>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3관왕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 19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이 영화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촉발돼 지난해 4월부터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와즈다>를 통해 영화가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제시하기 매우 좋은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사회적 변화를 넘어 사우디 사람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을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영화 속 와즈다는 결국 자전거 살 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코란 암송 대회’에 나간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능동적 실천으로 삶을 개척하려는 모습이다. “중동에서 꿈을 가진 여성의 삶은 힘들어요. 하지만 모든 장애는 여성을 더 강단있게 할 것이고 용기를 내게 만들 겁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주변 사람의 공감도 이끌어 낼 수 있죠.” 만수르 감독은 “앞으로 사우디의 젊은 남성에 관한 영화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남자들은 편하기만 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온당치 못한 사회제도 때문에 이들도 많은 압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다. 19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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