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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왕비가 된 배우의 ‘동화같지 않은 스토리’

등록 2014-06-12 19:15수정 2014-06-13 22:29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실화 바탕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갈등 속 제역할 찾는 과정 그려
철저한 고증 거쳐 ‘켈리 룩’ 재현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동화는 이렇게 끝이 난다.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20세기판 공주’ 그레이스 켈리(1929~1982)의 삶을 다룬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19일 개봉)는 “자신의 삶이 동화 같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바로 동화”라는 켈리의 말로 시작한다. 세간의 믿음과 달리 이 동화가 아무런 고난 없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프롤로그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공주가 왕자와 결혼한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당대 최고의 스타이자 앨프리드 히치콕의 ‘뮤즈’로 불렸던 켈리(니콜 키드먼)는 26살의 나이에 모나코의 레니에 3세(팀 로스)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다. 이후 할리우드를 떠난 켈리. 프랑스와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던 작은 나라 모나코는 면세 정책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충돌한다. 가뜩이나 미국인으로 유럽 왕가의 관습에 적응하지 못해 고통받던 켈리는 히치콕 감독으로부터 새 영화 <마니>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갈등한다. 마침 드골의 노골적인 합병 위협으로 온 나라는 전쟁의 위기에 휩싸이고, 영화 출연을 놓고 남편 레니에 3세와 갈등을 빚으며 켈리는 ‘모나코냐 할리우드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영화는 여배우가 아닌 왕비가 돼야만 하는 켈리의 ‘역할 찾기’와 ‘성장담’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 이방인이었던 켈리가 모나코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 왕비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우아한 연출로 그려내는 것이다. 극 중 켈리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이 ‘기쁨’, ‘슬픔’, ‘후회’ 등이 쓰인 단어장을 보고, 그에 맞는 표정을 짓는 연습을 하는 장면은 은막을 벗어난 현실에서도 켈리의 삶은 또다른 연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씁쓸한 느낌을 준다. 모나코 왕비 역할은 어쩌면 그가 인생에서 맡은 가장 멋진 배역이었을지도 모른다. 켈리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의 연기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스토리만큼 큰 볼거리는 바로 세계에서 바티칸 다음으로 작은 나라 모나코의 절경. 수천대의 요트가 바다를 수놓고 카지노와 포뮬러원을 즐기려는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지금의 떠들썩한 모나코가 아닌, 더 한적하고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했던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즐겁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고증을 통해 재현된 ‘켈리 룩’도 눈이 부시다. 제작에만 1년6개월 이상이 걸렸다는 수백벌의 의상과 모자, 수천개의 보석이 세팅된 화려한 드레스, 디오르와 카르티에가 제작한 1960년대의 왕관과 목걸이 등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모나코에 가면 그레이스 켈리의 사진과 그의 삶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나코를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라 부른다. 동화는 언젠가 끝이 나지만, 동화가 끝난 뒤에도 그레이스 켈리는 주인공 자리를 잃지 않았다. 이 영화는 그런 켈리에게 보내는 완벽한 헌사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시네드에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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