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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돌아온 ‘미남 스타’ 체면 구겼네

등록 2014-06-23 18:42수정 2014-06-23 22:25

올 상반기에는 현빈·송승헌·장동건 등 스타 배우들의 스크린 복귀가 잇따랐다. 하지만 치밀하지 못한 시나리오와 엉성한 연출로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흥행실패를 기록했다. 사진은 현빈의 <역린>. 각 회사 제공
올 상반기에는 현빈·송승헌·장동건 등 스타 배우들의 스크린 복귀가 잇따랐다. 하지만 치밀하지 못한 시나리오와 엉성한 연출로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흥행실패를 기록했다. 사진은 현빈의 <역린>. 각 회사 제공
현빈 복귀작 ‘역린’ 320만…손실 면해
첫 베드신 도전 송승헌의 ‘인간중독’
숱한 화제 뿌렸지만 150만 못미쳐
장동건의 ‘우는 남자’ 100만도 안봐
자기복제식 연출·스타 의존이 패인
‘현빈도, 송승헌도, 장동건도 결국 웃지 못했다.’

스타 캐스팅의 힘이 통하지 않은 것일까? 올 상반기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들이 잇따라 스크린에 복귀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증폭시켰지만, 이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영화관을 찾은 관객수가 감소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기대 이하’다. ‘특 에이급(A) 배우’가 주연을 맡은 기대작들은 왜 이렇게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을까.

지난 4월30일 개봉한 <역린>은 조선시대 정조에 대한 암살 시도(정유역변)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왕과 왕을 죽여야 하는 자, 왕을 살리려는 자들의 엇갈린 24시간을 그려낸 영화다. 군에서 제대한 뒤 4년 만의 복귀하는 현빈에 조정석, 정재영, 김성령, 한지민 등 멀티캐스팅을 앞세웠다. 제작비도 120억원 이상 쏟아부은 대작이었다. 하지만 <역린>은 누적 관객수는 384만여명. 손익분기점 320만명을 간신히 넘기긴 했지만, ‘현빈’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인간중독>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월14일 개봉한 <인간중독>은 군 관사를 배경으로 잘나가는 군인이 부하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러브스토리를 담아냈다. <음란서생>, <방자전> 등으로 ‘19금 영화의 장인’이라는 호평을 받은 김대우 감독과 데뷔 이후 첫 19금 베드신에 도전한 송승헌의 만남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인간중독>은 누적 관객수 143만여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50만명을 밑도는 수치다.

‘한국형 액션 누아르’라는 <우는 남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아저씨>로 680만명이 넘는 관객몰이에 성공했던 이정범 감독의 신작으로 장동건이 화려한 총격 액션신을 내세웠지만, 개봉 4주차까지 관객수는 59만여명에 그쳤다. 부진하다 못해 초라한 성적표다. <우는 남자>는 총제작비 100억원대로 손익분기점이 250만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장동건의 <우는 남자>. 각 회사 제공
장동건의 <우는 남자>. 각 회사 제공

송승헌의 <인간중독>. 각 회사 제공
송승헌의 <인간중독>. 각 회사 제공

영화 관계자들은 흥행 부진의 이유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과 ‘세월호 애도 분위기’ 등을 꼽고 있다. <역린> 홍보사 관계자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빚어지면서 홍보활동이 위축된 부분이 있다”며 “그런 점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는 남자> 관계자는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등 비슷한 누아르 장르의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 점과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강했던 점도 부진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적 상황보다는 ‘스타 캐스팅’에 기댄 안일한 제작 방식과 감독들의 ‘자기복제’를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아무리 대스타가 나온다 해도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한국 영화계가 스타 캐스팅에 기대는 안일함을 이참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이어 “김대우·이정범 등 감독들 역시 전작에 기댄 자기복제형 작품을 내놓아 관객들의 기시감을 극복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스타 캐스팅 없이도 참신한 기획과 탄탄한 시나리오의 힘만으로 흥행에 성공한 사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 나문희 등 ‘맞춤형 캐스팅’으로 86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달 말 개봉한 <끝까지 간다> 역시 7년이 넘는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덕분에 개봉 3주차 만에 손익분기점 160만명(총제작비 52억원)을 크게 넘긴 270여만명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끝까지 간다> 배급사인 쇼박스 최근하 과장은 “스타 캐스팅이 개봉 1주차엔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입소문의 영향이 훨씬 크다”며 “결국 시나리오와 만듦새의 완성도, 촘촘한 연출력이 흥행의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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