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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간적이었던 그들…비인간적인 모습까지 닮았다

등록 2014-07-08 19:15수정 2014-07-08 22:01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와 시지(CG)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력, 유인원들을 통해 인간사회를 성찰하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1편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올댓시네마 제공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와 시지(CG)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력, 유인원들을 통해 인간사회를 성찰하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1편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올댓시네마 제공
10일 개봉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전작 10년 뒤 진화한 유인원과
멸종위기의 인류가 다시 만나
공존과 공멸 오가는 싸움 그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언어 사용, 도구 이용, 이성적 판단…. 그러나 이 모든 인간적 특성을 고루 갖춘 동물이 등장한다면? 그들의 역사도 인류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올 여름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맷 리브스 감독의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그 베일을 벗었다. 최첨단 시지(CG)기술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평화와 공존’이라는 인류 보편적 메시지를 품은 <혹성탈출…>은 일단 여러모로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그 후 10년, 무슨 일이 있었나 배경은 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으로부터 10여년이 흐른 뒤의 시점. 인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멸망 직전에 이르고, 살아남은 극소수만 타워를 만들어 황폐하게 생존을 이어간다. 반면 유인원들은 ‘시저’의 영도 아래 타밀파이어스산 깊은 곳에 삶의 터전을 일구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수화와 도구를 사용하고 자신들만의 법칙도 만든다. 한동안 서로의 존재를 망각했던 두 종족은 인간들이 문명재건의 동력인 전기를 얻기 위해 타밀파이어스산 속 댐에 접근하면서 다시 맞딱뜨리게 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아슬아슬한 평화도 잠시. 두 종족 내부에서조차 상대와의 공존이냐 경쟁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생존을 건 ‘극단적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인간사회 은유하는 깊어진 주제의식 1편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 과학 만능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었다면 2편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는 유인원과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유인원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유인원들의 새롭지만 나쁜 진화, 즉 내부 규범과 도덕의 파괴를 그려낸다.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는 자신들만의 법칙이 깨지면서 벌어지는 유인원 사회의 대립과 파국은 인간사회의 복사판이다. 기술과 문명의 진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언제나 갈등이며 그 결과는 공멸에 가까운 자기파괴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래서 “난 항상 유인원이 인간보다 나은 존재라 여겼어. 그런데 우린 인간과 너무나 닮았어”라는 ‘시저’의 말은 가슴을 묵직하게 울린다.

■털 한 올까지 살려낸 섬세한 기술력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라이브 퍼포먼스 캡쳐’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시지 기술은 빗속에서 사냥을 하는 유인원들의 모습을 담은 시작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비에 흠뻑 젖거나 빗방울이 맺힌 털, 먼지가 붙은 마른 털, 습기 머금은 축축한 털 등 미세한 차이가 그대로 느껴질만큼 자연스럽다.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 수십개를 부착한 뒤 그 움직임을 읽어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다는 신기술 또한 놀랍다. 배우의 연기가 유인원의 움직임으로 그대로 살아나 어색함이 없다. 앤디 서키스 등 유인원을 맡은 배우들이 연기할 때마다 50여대의 모션캡쳐 카메라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특수효과의 대명사인 ‘그린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고 야외의 자연광을 쓴 점도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중요한 요소다.

제작사와 배급사는 ‘흥행전쟁’을 위해 애초 예정됐던 16일 개봉일을 10일로 앞당기며 ‘변칙개봉’ 논란을 빚었다. 인간들을 향해 ‘신뢰’를 얘기하며 전쟁 대신 타협과 공존을 택하는 지도자 ‘시저’가 주인공인 영화로선 아이러니한 일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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