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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캐리비안’ 닮은 조선 해적들의 국새 찾기 소동

등록 2014-07-31 19:06수정 2014-07-31 19:06

영화 <해적>은 사라진 국새를 찾으려는 해적단, 산적단, 조선 개국 세력 세 무리가 뒤엉키면서 빚어내는 소동과 활극을 그린 여름철 오락영화다. 전체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나 가벼운 잽 같은 웃음 코드가 재미를 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적>은 사라진 국새를 찾으려는 해적단, 산적단, 조선 개국 세력 세 무리가 뒤엉키면서 빚어내는 소동과 활극을 그린 여름철 오락영화다. 전체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나 가벼운 잽 같은 웃음 코드가 재미를 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랑’] 영화

오락 사극영화 ‘해적’ 6일 개봉
등장 배역마다 웃기기 경쟁하듯
이야기보단 재밌는 장면에 초점
CG로 구현한 귀신고래도 볼거리
올여름을 겨냥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군도>를 시작으로 일주일 간격을 두고 잇따라 개봉하는 <명량> <해적>까지 3편 모두 사극 블록버스터라는 점이다.

하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군도>가 사극을 밑바탕에 깔고 서부극적인 양념을 친 영화라면, <명량>은 묵직한 정통사극에 가깝다. 6일 개봉하는 <해적>은 가장 사극답지 않은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고려 말~조선 초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 타고 다니는 배까지 역사적 고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 어드벤처물 같은 영화로, 격식과 무게감을 훌훌 털고 오로지 ‘재미’에만 포커스를 맞췄다.

영화가 실제 역사적 기록에서 출발하기는 한다. 조선 건국 초기,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뒤 새 국새를 받지 못해 1403년까지 거의 10년 동안 국새가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단초 삼아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옮겨오던 국새를 고래가 삼켜버렸다는 상상력을 더함으로써 이야기를 한없이 부풀려 나간다. 영화 <7급 공무원>과 드라마 <추노>를 쓴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영화 <댄싱퀸>으로 400만 관객을 모은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사라진 국새를 찾으려는 세 무리가 뒤엉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월(손예진)이 이끄는 해적단, 장사정(김남길)이 이끄는 산적단, 모흥갑(김태우)이 이끄는 개국 세력이 그들이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국새를 찾는 이들은 때론 손을 잡고 때론 적이 된다. 이들이 육지와 바다를 오가며 요란스럽게 벌이는 소동과 모험이 놀이공원의 ‘후룸라이드’처럼 시원한 물을 뿌리며 질주한다. 특히 이국적이면서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고려 시대의 국제 무역항 벽란도에서 여월이 공중수로를 타고 내달리는 장면은 후룸라이드나 봅슬레이의 질주를 연상시킨다.

영화 <해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을 떠올리게도 한다. 장사정은 좌충우돌하는 잭 스패로(조니 뎁) 선장을 닮았고, 검은 돛을 펄럭이는 해적단의 배는 블랙펄호를 생각나게 한다. 손예진은 <캐리비안의 해적>에 출연한 키라 나이틀리의 외양과 연기를 참고했다고 한다. 이석훈 감독은 “<캐리비안의 해적>과 많이들 비교하시는데, 우리 영화가 더 재밌다”고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다. 국새를 찾으려는 무리들이 뒤엉키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야기 자체도 꼬이고 흐트러지면서 방향성을 잃는다는 점이다. 한바탕 시끌벅적한 난리법석을 보고 난 관객들이 엔딩 자막이 올라갈 즈음엔 ‘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본 거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막판에 태조 이성계의 국정철학과 관련한 메시지를 넣으려고 한 시도는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건 웃음이다. 해적이었으나 뱃멀미가 심해 산적으로 전향한 철봉(유해진)이 ‘진정한 감초란 이런 것이다’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이밖에도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꽤 있다. 이야기의 큰 줄기를 통한 한 방보다는 자잘한 웃음을 활용한 잽으로 관객들을 공략한다.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가족영화로선 효과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 최근 악플과 루머에 따른 피로감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설리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영화의 또다른 중요한 존재는 국새를 삼킨 고래다. 한국 토종고래의 학명인 ‘귀신고래’의 특성을 반영해 100%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해냈다. 130억원 넘는 순제작비 중 상당 부분을 시지 작업에 들였다고 하는데, 적어도 고래의 구현만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고래가 등장하는 대목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몰입도 높은 장면들이다. 새끼 고래를 지키려는 어미 고래의 모성애는 뭉클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해적>의 진짜 주인공은 고래일지도 모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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