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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뇌를 100% 사용한다면?…뤼크 베송, 인간 존재를 묻다

등록 2014-08-21 19:20수정 2014-08-21 21:03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뤼크 베송 감독의 신작인 영화 <루시>는 ‘인간이 뇌의 100%를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상상을 풀어낸다. 에스에프와 액션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은 왜 태어났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뤼크 베송 감독의 신작인 영화 <루시>는 ‘인간이 뇌의 100%를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상상을 풀어낸다. 에스에프와 액션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은 왜 태어났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문화‘랑’] 영화
스칼릿 조핸슨 주연 SF액션 ‘루시’
뇌세포 활성화로 얻은 초능력 통해
‘인간이란?’ 철학적 메시지 던져
‘명량’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LUCY)는 1974년 11월30일 에티오피아 하다르 지방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의 이름이다. 신장 1m가량, 20세 전후 여성으로 추정되는 루시는 인류의 기원을 32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명량>의 흥행에 힘입어 ‘국민배우’로 떠오른 배우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그랑블루><레옹><제5원소> 등을 만든 세계적 거장 뤽 배송 감독의 신작 <루시>가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는 ‘에스에프(SF) 액션’이라는 오락장르를 내세웠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제목이 가진 ‘함의’를 곱씹게 만드는 철학적인 영화다. 독특한 세계관과 영상미에 할리우드 흥행공식을 결합시켜 평단과 관객 모두 사로잡았던 뤽 베송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는 애인 리처드에게서 의문의 가방을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가방을 전달받을 상대인 미스터 장은 알고보니 잔인한 갱단 두목. 그에게 납치된 루시는 몸 속에 신흥마약의 일종이라는 합성물질을 넣어 운반하는 운반책이 된다. 다른 3명의 운반책과 함께 끌려간 루시는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해 몸 속 약물이 체내에 퍼지게 되고, 온 몸의 세포가 깨어나며 상상할 수 없었던 능력을 얻는다.

영화는 인간이 평균적으로 뇌 능력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만약 뇌의 100%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놓는다. 뇌의 24%를 사용하면 자신의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40%를 사용하면 모든 상황을 콘트롤 하게 되고, 62%를 사용하게 되면 타인의 행동까지 콘트롤하게 된다는 식으로.

영화 <루시>의 배우 최민식.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영화 <루시>의 배우 최민식. 유피아이 코리아 제공
교육방송 다큐도 아닌 상업영화에서 ‘뇌과학’이라니, 뭔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뤽 베송 감독은 루시의 능력 변화를 보여주며 중간 중간 뇌과학 권위자 노먼 박사(모건 프리먼)의 강의 장면을 끼어넣는 방식으로 이 복잡함을 해결하려 한다. 루시의 능력이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관객들은 노먼 박사의 설명을 통해 일종의 부연설명을 듣게 되는 셈이다.

총격신, 자동차 역주행신 등 강렬한 액션과 선사시대, 공룡시대, 광활한 우주까지 폭넓은 배경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컴퓨터 그래픽도 눈에 들어오지만 이 영화는 오락적 요소가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뤽 베송 감독은 관객에게 “인간은 왜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려 한다. 그리고 감독 자신이 생각하는 답 역시 영화 속에 담는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묻는 루시에게 건네는 노먼 박사의 대답이 바로 감독의 대답일 것이다. 루시는 그 말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고 스스로를 희생해 남은 소명을 이룬다.

사실 감독은 그 대답을 영화 첫 장면에도 숨겨뒀다. 영화는 고인류(루시)가 시냇물을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이어 인류가 만물의 영장으로서 이룩한 문명의 발전을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훑는다. 불의 발견, 피라미드 건설, 전기의 발명, 코스모폴리스의 건설까지…. “인간의 존재는 시간 속에서 증명되며, 그 시간이 분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후손을 번성시키고 인류 기원부터 축척돼 온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기 때문”이란 것을 보여주려는 듯 말이다.

영화 속 최민식은 루시와 완벽히 대립각을 세우는 악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뤽 베송 감독은 “평소 최민식을 매우 좋아해 한국까지 날아와 2시간을 직접 설득했다”고 밝힐 만큼 그의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최민식은 분량은 많지 않지만 지금까지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 배우들에 견줘 나름의 존재감을 뽐낸다. <올드보이><악마를 보았다> 등에서 보여준 하드코어적인 연기가 도드라져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첫 할리우드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뤄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다만 <루시>는 1시간30분만에 액션, 에스에프, 철학적 메시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다보니 설명이 다소 부족해 불친절한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과학서적을 뒤적이거나 뇌 과학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보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골치 아픈 영화”라며 도리질을 치는 관객도 있을 수 있겠다. 9월4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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