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샤인 온 리스’
주크박스 영화 ‘선샤인 온 리스’
프로클레이머스 노래서 영감
남녀 세 쌍의 사랑과 갈등 그려
프로클레이머스 노래서 영감
남녀 세 쌍의 사랑과 갈등 그려
영국의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 그린혼은 뮤지컬 개발에 고심하던 어느날 술에 잔뜩 취한 채로 프로클레이머스의 노래를 들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항구도시 리스 출신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 찰리 리드와 크레이그 리드가 이끄는 록 밴드다. 그린혼은 그들의 노래가 마치 뮤지컬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는 이내 잠들었다. 다음날 눈을 뜬 그는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테이블 위 봉투에 이런 메모가 적혀 있었다. “프로클레이머스 뮤지컬.”
그린혼은 2년간의 준비를 거쳐 2007년 주크박스 뮤지컬 <선샤인 온 리스>를 무대에 올렸다. 제목은 프로클레이머스 2집 앨범 제목에서 따왔다. 스코틀랜드 오리지널 공연은 모두 매진됐고, 그해 ‘최고의 뮤지컬’ 상을 받았다.
뮤지컬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도 추진됐다. 영국 배우 출신 감독 덱스터 플레처가 연출을 맡았고, 원작자인 그린혼이 각색에 참여했다. 지난해 영국에서 개봉한 영화 또한 “올해의 맘마미아”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바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명사 <맘마미아>에 비견된 것이다. 바로 그 영화 <선샤인 온 리스>가 9월3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데이비(조지 매케이)와 알리(케빈 거스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아프간전쟁에 참전했던 그들은 이제 막 고향 리스로 돌아왔다. 알리는 오랜 연인이자 친구 데이비의 동생인 리즈(프레야 메이버)와 반갑게 재회한다. 데이비도 동생의 소개로 만난 이본(안토니아 토마스)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알리는 리즈의 부모님 은혼식 파티장에서 깜짝 프러포즈를 계획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절망한다. 데이비와 이본의 사이도 틀어지고, 결혼 25주년을 맞은 데이비와 리즈의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갈등을 겪는다. 영화에선 이 세 쌍의 남녀 이야기가 교차한다.
<맘마미아>가 크고 화려하다면, <선샤인 온 리스>는 소소하고 순박한 느낌을 주는 뮤지컬 영화다. 배우들이 부르는 프로클레이머스의 감성적인 노래들은 편안하면서도 짙은 여운을 남기고, 스코틀랜드 도시의 풍광은 아늑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영화의 배경은 리스와 에든버러인데, 상당 부분은 이웃 도시인 글래스고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린혼은 “<선샤인 온 리스>는 내가 리스와 에든버러에 보내는 러브레터와 같다. 영화를 볼 때마다 스코틀랜드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그들에겐 영화가 더욱 각별할 테다. 한국에 사는 우리들이 그들과 같을 순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자신할 수 있다. <선샤인 온 리스>를 보고 나올 땐 분명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여행을 꿈꾸며 프로클레이머스의 음반을 찾아 듣고 싶어질 것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더 쿱 제공
영화 ‘선샤인 온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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