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신의 손>은 2006년 개봉한 <타짜> 이후 8년 만에 나온 후속편이다. 전편 주인공 고니의 조카인 대길(최승현·오른쪽)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 싸이더스픽쳐스 제공
[문화‘랑’] 영화
‘타짜-신의 손’ 추석 겨냥 출사표
속도감 넘치는 매끈한 오락물
강형철 감독 감각적 연출 구현
전편보다 몰입감은 다소 떨어져
‘타짜-신의 손’ 추석 겨냥 출사표
속도감 넘치는 매끈한 오락물
강형철 감독 감각적 연출 구현
전편보다 몰입감은 다소 떨어져
고니의 가족이 하는 중국집에 온 고광렬(유해진)은 “고니가 좋은 곳에 취직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돈가방을 건넨다. 주방에서 나온 고니의 매형이 돈가방을 챙기다 실수로 짬뽕 그릇을 엎는다. 뜨거운 국물을 뒤집어쓴 고광렬은 괴로워한다. <타짜-신의 손>(9월3일 개봉)은 <타짜>(2006)에서 그대로 가져온 이 장면으로 시작한다. 8년 전 추석 시즌에 개봉해 684만 관객을 모으며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타짜>의 후속편이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영리한 전략이다.
고광렬이 방에서 짬뽕 국물에 젖은 바지를 갈아입는데, 남자아이가 불쑥 들어온다. 고니의 조카다. <타짜-신의 손>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외삼촌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는 딱지치기에서부터 천부적인 ‘타짜’ 기질을 발휘한다. 친구 돈 따먹기를 예사로 하던 학창 시절을 마친 대길(최승현)은 중국집 배달부로 집안일을 돕는다. 그러다 우연한 사고로 도망자 신세가 되어 무작정 상경한다.
<타짜-신의 손> 역시 전편처럼 허영만의 원작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허영만의 <타짜> 시리즈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는데, 전편이 1부 ‘지리산 작두’ 편을 옮긴 거라면, 이번 영화는 2부 ‘신의 손’ 편을 옮긴 것이다. <과속스캔들>(830만 관객)과 <써니>(740만 관객)로 흥행감독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강형철 감독이 전편의 최동훈 감독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대길이 서울 강남의 도박 하우스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타고난 실력을 발휘해 승승장구하던 대길은 돈 많고 매력적인 우사장(이하늬)과도 연애하며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음모에 휘말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우연히 만난 고광렬과 함께 밑바닥 도박판에서부터 차근차근 재기해나간다. 이 와중에 고향의 첫사랑 미나(신세경)를 만나 질긴 인연을 이어간다.
강형철 감독의 강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으로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전편과 달리 밝고 화사한 톤을 유지한다. 사랑을 나누며 뒤엉킨 대길과 우사장을 끊김 없는 원테이크 촬영으로 잡으면서 배경만 대길의 방에서 바닷가, 카페를 거쳐 다시 대길의 방으로 돌아오는 장면전환은 만화적 상상의 성공적 구현이다.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나미의 ‘빙글빙글’이 흘러나오는 대목은 감독의 전작 <써니>의 복고 음악 활용법의 맥을 잇는다. 시종일관 지루할 틈 없이 긴박감과 속도감을 유지하는 <타짜-신의 손>은 여러모로 매끈한 오락영화의 장점을 갖췄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 역시 뚜렷하다. 승부와 인생, 배신과 복수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전편의 무게감까지 기대하진 않더라도,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곱씹을 만한 건더기가 별로 없다는 점은 아쉽다. 2시간27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내내 등장인물들이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며 관객들 뒤통수를 치려고 부단히 애쓰지만, 어느 순간 그런 상황 자체가 뻔한 클리셰로 느껴지면서 무덤덤해진다. 대단한 전편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숙명은 잘난 형을 둔 아우의 비애를 떠올리게 한다.
각 캐릭터의 색깔은 비교적 잘 살렸다. 평범한 아저씨의 인상을 지닌 냉혈한 장동식(곽도원)은 전편의 아귀(김윤석)만큼은 아니어도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편의 정마담(김혜수)의 매력에는 못 미치지만, 미나와 우사장도 또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다만 주인공인 대길이 다른 캐릭터들에 묻힌 듯한 느낌도 든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탑’의 티를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최승현의 연기는 비등점을 넘어서지 못한다. 지나치게 말쑥하고 옷을 잘 입는 몸짱으로 나오는 점은 현실감을 떨어뜨리고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의 절정에 해당하는 마지막 도박판 장면에선 전편의 아귀까지 끌어들여 긴장감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아귀의 카리스마는 예전만 못하게 느껴진다. 결정적 순간으로 치달으며 전편을 떠올리게 만드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긴박감이나 몰입도는 덜해도 나름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충무로에서 떠오르고 있는 배우 여진구가 아귀의 제자로 깜짝 등장해 후속작의 주인공으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형철 감독은 “그런 계획은 전혀 없다. 차세대 배우로 점찍어둔 여진구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출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어른들의 오락영화 <타짜-신의 손>은 추석 시즌을 맞아 흥행에서 재미를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언젠가 또 후속작이 나올 거라는 데 판돈 전부와 손모가지를 걸겠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전편 등장인물 고광렬(유해진)과 아귀(김윤석·사진)도 모습을 보인다. 싸이더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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