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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손꼽아 기다리던 뮤지컬…영화관서 봐도 괜찮네

등록 2014-09-09 19:37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의 한 장면. 사진 유피아이 제공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의 한 장면. 사진 유피아이 제공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실황
프랑스혁명 당시 비극적 사랑
3D로 제작돼 18일 극장 개봉
무대 공연인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눈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연기에 감정이입을 하는 2시간을 위해 관객들은 비싼 표 값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작품이 한국까지 건너오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는 법. 성미 급한 뮤지컬 팬들에게는 이 기다림이 지루한 고통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런 무대 공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연 실황을 상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공연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에 집 앞 극장에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고, 무엇보다 국내에 아직 상륙하지 않은 신작을 미리 맛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오리지널 초연 실황은 그런 점에서 뮤지컬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갑다. 특히 이번 실황은 3D로 제작돼, 직접 공연을 보는 것과 비교적 비슷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1789…>는 <십계>, <태양왕>, <모차르트 락 오페라>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도브 아티아와 알베르 코앵 콤비의 신작이다. 지난해 4000석 규모의 프랑스 파리 대극장 ‘팔레 데 스포츠’에서 초연됐으며, 유럽 투어를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1789…>는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혁명의 불길 속에 피어난 두 연인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다. <레 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스칼렛 핌퍼넬> 등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이미 국내에 많이 소개된 바 있어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랜 기근과 귀족들의 횡포, 왕실의 사치로 재정이 파탄난 프랑스. 소작농인 아버지의 부당한 죽음에 분노한 ‘로낭’은 복수를 다짐하며 누이 ‘솔렌’과 파리로 향하고, ‘조르주 당통’, ‘로베스피에르’, ‘카미유 데물랭’ 등과 교우하며 평민 혁명가로 거듭난다. 한편, 왕실 가정교사인 ‘올랭프’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밀스런 밀회를 도와주려다 현장에 있던 로낭을 끌어들이게 된다. 몸에 지닌 유인물로 ‘불순분자’로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갇힌 로낭. 죄책감에 그를 돕던 올랭프는 로낭과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든다. 평범한 러브스토리에 그칠 수 있는 <1789…>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혁명의 와중에 평민들 편에 서는 로낭과 왕실의 편에 서는 올랭프의 상반된 운명이 빚어내는 비극성이다.

<1789…>는 프랑스 뮤지컬의 강점인 아름다운 음악으로 무장했다. 대사가 거의 없이 음악으로만 진행되는데, 웅장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팝, 발라드, 록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비장하게 사랑과 혁명을 노래하는 넘버들은 왜 이 곡들이 초연 전부터 싱글 앨범으로 발매돼 프랑스 음원차트를 석권했는지 잘 보여준다. 50여명의 전문 댄서들이 펼치는 현대무용을 응용한 안무와 애크러배틱, 탭댄스는 스크린을 압도할 만큼 역동적이다. 프랑스 왕정의 화려함을 드러내는 500여벌의 의상과 모자, 베르사유 궁전을 그대로 복원한 듯한 화려한 무대 장치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1789…>는 2015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을 앞두고 있어 뮤지컬 팬들에게는 ‘맛보기용’으로,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입문용’으로 충분할 듯하다. 단, 3D 영화처럼 스펙터클을 기대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공연실황’이니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유피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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