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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당신의 장례식 이후 두번째 삶을 산다면?

등록 2014-09-11 20:19

판다미디어 제공
판다미디어 제공
벨기에 영화 ‘나의 첫번째 장례식’
장례식장서 지인들은 비아냥대고
아내는 ‘분장한 남편’에게 끌리고…
지금 당신의 삶에 만족하는가? 만약 당신에게 두번째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또 누구는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화두다. 그런데 그 계기가 당신의 장례식이라면? 환생을 믿지 않고서야 이게 가능한 얘기냐고? 벨기에 영화 <나의 첫번째 장례식>에선 충분히 말이 되는 상황이다.

유명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운 나쁜 토끼’ 역으로 명성을 쌓은 배우 윌(모리츠 블라이프트로이)은 마흔살 생일을 맞는다. 하지만 아내 줄리아(퍼트리샤 아켓)와 딸은 아침상에서 평소처럼 심드렁하다. 서운한 마음을 삭이며 방송국에 갔더니 피디는 이상한 연기를 반복해서 시킨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끝내 폭발한 윌은 차를 몰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스튜디오 옆방에서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하던 윌의 가족과 지인들은 당황한다.

때마침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들른 윌은 술취한 노숙자에게 차를 도둑맞는다. 설상가상으로 쏟아지는 비에 쫄딱 젖은 윌은 걸어서 친구 집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윌은 다음날 아침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접한다.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차가 완전히 불타버려 유명 배우 윌이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윌은 아내에게 자신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하려다 갑자기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내 장례식에 가볼 기회가 언제 또 오겠어? 다른 사람들이 평소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 들어보고 싶어.”

판다미디어 제공
판다미디어 제공
친구의 도움으로 인도인 은행가 ‘비제이’로 분장한 윌은 자신의 장례식을 찾는다. 처음엔 좋은 말만 넘쳐났지만, 슬슬 “멍청이도 그런 멍청이가 없었지. 기껏해야 운 없고 멍청한 녹색 토끼였지” 같은 비아냥대는 말도 나오기 시작한다. 충격을 받은 윌은 비제이로 분장한 채 몇 차례 더 자신의 집을 찾아간다. 그런 와중에 슬픔과 상실감에 힘들어하던 줄리아는 다정하게 다가오는 ‘남편의 친구’ 비제이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내와 다시 뜨겁게 사랑하게 된 윌은 혼란스러워한다. 아내가 사랑하는 이는 윌이 아닌 비제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황당한 상황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끌고 간다. 보는 내내 웃음을 터뜨리고 나면, 뭔가 가슴에 묵직하게 남는 게 있다. 난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다른 사람들은 날 어떻게 평가할까? 두번째 삶을 산다면 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물음들이 꼬리를 물면서 자신의 삶을 근원적으로 곱씹게 한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상 가르바르스키 감독은 “자신의 삶을 바꿔보고 싶지 않았던 이가 누가 있느냐, 다른 사람의 삶을 꿈꿔보지 않았던 이가 누가 있느냐”고 묻는다.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영화의 원제는 <비제이와 나>(Vijay and I)이지만, <나의 첫번째 장례식>으로 바꾼 제목이 훨씬 더 와닿는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입석까지 매진됐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1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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