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로 대학생 영상제 대상받은 심규원씨
“비행이요? 그냥 내 친구랑 똑같아요”
“ ‘탈북자’라면 뭔가 다른 줄 알았어요. 남쪽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해 ‘왕따’를 당하고, 힘겹게 살며 흔히들 비행청소년이 된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는 많이 달랐죠.”
심규원(21·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3년·사진)씨는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다.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송환>의 김동원 감독이 수업 시간에 ‘인권’을 주제로 다큐 만들기를 제안하면서다. 지난해 9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거기서 대입검정시험을 준비 중인 송아무개(22)씨를 만났고, 10개월 만인 지난 6월 18분짜리 다큐멘터리 한 편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꺼내놓지도 못했다. 탈북과 관련한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월 카메라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로 묻지 않은 이야기들도 나눴다. 1주일간 송씨는 스스로 일상을 찍어 심씨에게 건넸다. 한 집에서 뒹굴며 수다 떨고 음식도 해먹고 20대 초반답게 함께 얼굴에 ‘팩’도 했다. 또래끼리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걸린 시간은 100여일이었다. “보통 뉴스에서 탈북자들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켜서 다루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명숙 언니나 다른 친구들이나 다 유행에 민감하고 연예인들 좋아하고 엠피3으로 음악 듣고 핸드폰 가지고 다니고, 다르지 않았어요.”
다큐의 제목은 <망고나무-기다림>. 송씨가 베트남에서 머물던 집 마당에 서 있던 망고나무에서 따왔다. “망고가 열릴 때쯤이면 남쪽으로 갈 수 있겠지”하며 바라보던 망고나무였다. 그러나 망고를 따먹고 다시 작은 열매가 맺힐 때가 돼서야 베트남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중국과 베트남 등을 거쳐 남쪽에 들어온 지 7년째. 지금은 누구보다 평범한 젊은이로 살아가며, 대학입학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심씨의 다큐는 제7회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대학생 영상제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 15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선에 오른 16편 중 뽑힌 문화관광부 장관상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제영상제인 ‘넥스트프레임’과 일본 ‘도쿄 비디오 페스티벌’에도 출품된다.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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