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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외로움을 만져줄게요, 손길 아닌 마음으로

등록 2014-09-18 19:56수정 2014-09-18 21:16

사진 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사진 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제비족 이야기 다룬 ‘지골로 인 뉴욕’
우디 앨런 출연, 능청스런 연기 소화
코믹스럽지만 인간관계 돌아보게 해
<지골로 인 뉴욕>은 세가지 면에서 관심을 끄는 영화다.

하나, 우디 앨런. 국내에도 골수팬이 상당한 노장 영화감독으로, 자신의 영화에 종종 배우로도 나선다. 최근작 가운데선 <로마 위드 러브>에 직접 출연했으나, 올해 개봉한 연출작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선 배우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서운해한 팬들도 있다. 그가 이 영화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았다. 역시나 수다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유쾌하게 소화해냈다. 이뿐 아니다. 그는 시나리오 초고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다. 영화를 함께 만든 거나 마찬가지다. <지골로 인 뉴욕>에서 우디 앨런 영화의 느낌이 나는 이유다.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존 터투로다. 코언 형제의 <바톤 핑크>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코믹한 요원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배우다. 그는 이 영화에서 주연은 물론 각본과 연출까지 맡았다. 이 때문에 ‘제2의 우디 앨런’이라 불리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우디 앨런과 ‘제2의 우디 앨런’ 투톱 체제인 셈이다.

사진 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사진 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둘, 파격적 스토리. 제목에 들어간 ‘지골로’는 남창, 제비족, 기둥서방 따위를 일컫는 말이다. 꽃꽂이 일을 하는 피오라반테(존 터투로)가 머리(우디 앨런)의 꼬드김에 넘어가 ‘지골로’가 된다는 게 얘기의 출발점이다. 심지어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스리섬’(3명이 하는 성행위)이 언급된다.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파격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다. 여기서 성행위 자체는 부수적 요소다. 피오라반테는 꽃미남도 아니고 엄청난 성적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여성들을 사로잡는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인간적으로 함께하며 부드럽게 대하기 때문이다. 역시 몸보다 마음이다.

셋, 샤론 스톤. <원초적 본능> 이후 영원한 섹시 스타가 된 그의 이름만으로도 적잖은 사내들의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샤론 스톤은 피오라반테의 첫 손님이 되는 여의사 파커 역을 맡았다. 56살인데도 여전히 매혹적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샤론 스톤의 비중은 크지 않다. 진짜 여주인공은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6남매를 키우는 유대인 미망인 아비갈(바네사 파라디)이다. 종교적 규율과 제약으로 억눌린 삶을 살아오던 아비갈은 피오라반테와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이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이다.

<지골로 인 뉴욕>의 몇몇 요소를 보고 화끈하고 왁자지껄한 ‘19금 코믹 로맨스’를 예상하면 실망할 수 있다. 19금, 코미디, 멜로의 모든 요소를 적절히 갖추고는 있지만, 이 영화는 사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성찰하게 만드는 드라마에 가깝다. 다만 그 깊이가 다소 어정쩡해 아쉬운 뒷맛도 남긴다. 아름답고 감각적인 영상과 시종일관 흐르는 재즈·블루스·올드팝의 고풍스러운 선율은 영화를 한층 더 낭만적으로 만든다. 25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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