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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90년대 한·중 대표작 리메이크 대결, 그 승자는?

등록 2014-09-25 19:47수정 2014-09-25 21:30

1990년대 한·중 대표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들이 찾아온다. 중국 무협 로맨스 <백발마녀전>(1993)은 <백발마녀전: 명월천국>으로, 한국 로맨틱 코미디 정수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는 조정석·신민아 주연으로 되살아났다. 각 회사 제공
1990년대 한·중 대표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들이 찾아온다. 중국 무협 로맨스 <백발마녀전>(1993)은 <백발마녀전: 명월천국>으로, 한국 로맨틱 코미디 정수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는 조정석·신민아 주연으로 되살아났다. 각 회사 제공
[문화‘랑’] 영화

중국 무협 로맨스 ‘백발마녀전’
가슴 설렌 원작 매력에 못 미쳐
한국 로맨틱 코미디 ‘나의 사랑…’
시대 초월한 부부 자화상 열연
영화판에서 리메이크는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잘 알려진 작품을 리메이크할 경우, 원작의 유명세에 기대 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소재 고갈로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세계 영화계에 리메이크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작 원작을 넘어서는 호평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1990년대 중국과 한국을 풍미했던 대표작 두 편이 20여년 만에 나란히 리메이크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93년 고 장궈룽과 린칭샤가 주연한 중국 무협로맨스 <백발마녀전>과 1990년 고 최진실, 박중훈이 주연한 로맨틱코미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바로 그 주인공. 공교롭게 두 작품은 주연배우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까지 가지고 있다. 팬들로서는 고인이 된 스타의 그림자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리메이크의 아쉬운 예 <백발마녀전>

남자들의 거친 액션과 의리를 담은 무협물이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 애틋한 사랑에 방점을 찍은 <백발마녀전>은 중국 영화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백발마녀전: 명월천국>(10월1일 개봉)은 판빙빙과 황샤오밍을 내세워 원작의 맥과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받고자 한다. 스태프의 면면도 화려하다. 류더화·안성기 주연의 <묵공>을 연출한 장즈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적인걸> <적벽대전> 제작진에 서극 감독까지 미술자문으로 참여했다.

기본 줄기는 원작과 유사하다. 무당파 신임 장문 탁일항(황샤오밍)이 우연히 마교의 아름다운 여인(판빙빙)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탁일항은 그에게 연예상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지만 탁일항은 연예상이 자신의 조부를 죽였다고 오해를 하게 되고 둘의 사이는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

하지만 무협물임에도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믿음’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섬세하고 서정성 있게 풀어낸 원작에 견줘 리메이크작은 밀도가 떨어진다. 명나라 말 혼란한 정치 상황 속 권력투쟁에 큰 비중을 둔 스토리는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원작의 매력을 잘 살려내지 못한 느낌이다. “몇십 년 후 내가 늙어 머리가 하얗게 되면 어떻게 할 거예요?”(연예상), “설상봉에 20년마다 피는 꽃이 있는데, 목숨을 걸고 꺾어 올게”(탁일항) 등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동시에 영화의 ‘중요한 복선’이 됐던 대사는 온데간데없다. 여심은 물론 남심까지 울렸던, 눈을 맞으며 설상봉을 지키는 탁일항의 모습도 없다.

린칭샤보다 훨씬 선이 곱고 뇌쇄적인 판빙빙의 외모도, 긴 흑발을 순식간에 백발로 만드는 진일보한 컴퓨터그래픽(CG)기술도 이런 아쉬움을 달래진 못한다. 이젠 30~40대가 된, 당시의 팬들에겐 원작에 대한 그리움만 더하는 영화가 될 듯싶다.

리메이크의 좋은 예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모든 연애의 종착점(?)인 ‘결혼’. 말로는 표현 못 할 미묘한 남녀관계와 결혼에 대한 판타지는 시대가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4년 열애 끝에 결혼한 대한민국 평범남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의 이야기를 담은 2014년판 <나의 사랑 나의 신부>(10월8일 개봉)는 여전히 ‘현대 부부의 자화상’이다.

무엇보다 24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기 위해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빼거나 더한 부분이 참신하다. 예를 들어 첫날밤 콘돔을 사러 약국에 갔던 영민이 부끄러운 나머지 “콘택600”을 외치는 장면은 “결혼식 날이 첫날밤은 아닌 현 세태를 반영해” 빠졌다. 대신 원작에서 가정주부였던 미영은 요즘 ‘맞벌이 추세’를 반영해 직장 여성으로 바뀌었고, 영민은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청혼 사실을 알린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다른 남자와 희희덕대는 미영에게 화가 나 자장면 그릇에 미영의 얼굴을 비벼버리는 영민의 상상신, 곡명이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에서 태연의 ‘만약에’로 바뀌긴 했지만 미영의 집들이 노래신 등 폭소를 자아냈던 장면은 더 업그레이드돼 살아남았다. 조정석·신민아는 박중훈·최진실을 뛰어넘는 열연을 펼친다. 조정석은 신혼 초 넘치는 정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무 데서나 하의 탈의를 감행하는 ‘대한민국 평범남’의 모습을 능청스레 연기해낸다. 전작들에서 ‘여신 포스’를 내뿜던 신민아 역시 예쁜 척을 완전히 버리고 망가진 연기를 펼친다. 임찬상 감독은 “원작의 감성을 살리면서 20여년 동안 변화된, 더욱 다양해진 결혼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효자동 이발사>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임 감독 역시 ‘이명세’라는 걸출한 스타 감독의 그림자에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충분히 뽐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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