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과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등 40여명이 3일 오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정문 앞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영화인 1123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3일 오후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정문 앞.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영화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금세 40여명으로 불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영화인 1123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다.
영화 <워낭소리> 제작자인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고 대표는 “여야가 유가족들을 배제한 채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원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들어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 등 사회성 짙은 영화를 연출해온 정지영 감독은 “선박의 안전 문제를 밝혀보자는 것인데, 이를 정치 문제로 보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관여한다는 것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감독은 이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을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걸 두고 부산시장이 압력을 넣는 등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영화제가 진정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면 모든 정치적 편향성을 띈 영화들을 다 상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훈 감독은 “영화보다 못한 현실, 영화보다 더 기괴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실된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해 <다이빙벨> 같은 영화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이빙벨>을 연출한 안해룡 감독도 이 자리에 나왔다. 안 감독은 “잊혀져가는 세월호 진실이 다시 논의되도록 하고 서로의 아픔을 상기시켜 보다 안전한 나라가 되길 꿈꾸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가장 진보적인 매체다. 진보를 빼면 죽은 영화다. <다이빙벨>은 당연히 상영돼야 하며, 이와 다른 의견이 있다면 다른 작품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영화 <화이>와 <도희야> 등을 제작한 이준동 나우필름·파인하우스필름 대표는 “세월호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건 그분들의 한을 풀자는 차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들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유가족들이 스스로를 죽여가며 이 문제가 단순히 유가족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일깨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각자 자유발언을 이어간 뒤 이들은 “수사권, 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정범·조원희·허철·백재호 감독, 배우 김태희(여자배우 김태희와는 동명이인인 남자배우)·이화, 최정화 프로듀서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부산/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