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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혁명의 시대 ‘슬픈 여인’…탕웨이와 궁리

등록 2014-10-05 20:35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대 영화’

지난 2일 개막해 11일까지 계속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초반은 두 중국 영화가 달궜다.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거장 감독과 유명 여배우가 각각 만나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황금시대>와 <5일의 마중>이다.

쉬안화 감독·탕웨이 주연 <황금시대>

1930~40년대 굴곡의 시대 산
요절한 작가 샤오홍 일생 조명
관조적 시각·담담한 연기 일품

<황금시대>의 한 장면. 사진 판시네마 제공
<황금시대>의 한 장면. 사진 판시네마 제공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이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와 재현해낸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삶.

올해 베네치아(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 최대의 화제작으로 꼽힌 <황금시대>는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여인사십>, <심플 라이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쉬안화(허안화) 감독이 탕웨이를 통해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샤오훙(1911~1942)의 일생을 촘촘하고 밀도 있게 조명해낸다.

<황금시대>는 샤오훙이 활동하던 1930~40년대 중국 현대사의 굴곡이 아닌, 그 역사 안에서 ‘일상’을 살아낸 작가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넉넉하지만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샤오훙은 아버지가 정해준 약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촌과의 도피를 택하며 ‘평범치 않은’ 인생을 살게 된다. 사촌에게 버림받은 뒤 약혼자와 가정을 꾸리지만 임신한 채 버려진 샤오훙. 1932년 작가 샤오쥔(펑사오펑)을 만나면서 비로소 작가로서의 재능을 펼치게 된다. 그는 이후 샤오쥔과 사랑을 나누고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과의 교류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고 중국 대문호 루쉰의 인정까지 받는다.

샤오훙은 항일운동과 혁명이라는 시대 앞에 ‘당파성’을 담은 글을 주로 썼던 당대 문인들과 달리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세계에 천착하는 리얼리즘적인 작품세계를 완성하며 100여편의 작품을 쏟아낸다. 하지만 불온한 사회와 역사의 굴곡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사랑하는 샤오쥔과 이별한 그는 폐결핵으로 31살의 나이에 요절한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안에서 인습과 전통을 벗어나 <생사의 장>, <후란강 이야기> 등의 역작을 발표한 샤오훙의 재능과 굴곡진 삶, 그리고 외로운 죽음은 우리나라 신여성이자 미술가인 나혜석을 떠올리게 한다.

쉬안화 감독은 거장답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관조적 시각’으로 샤오훙의 일생을 스크린 위에 펼쳐놓는다. “70년대 샤오훙의 소설을 읽은 뒤 그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됐다”는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 촬영에만 5개월, 후반작업에만 1년여를 쓰는 등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감독의 애정과 샤오훙의 삶의 깊이 때문인지 영화는 3시간으로 매우 길다. 하지만 중간중간 샤오훙과 동료 문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듯한 방식으로 풀어낸 실험적인 연출 방식 때문에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샤오훙으로 완벽 빙의한 탕웨이의 연기도 일품이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연기, 눈빛에서 나오는 감정, 얼굴 표정 등 모든 면에서 최적의 배우로 탕웨이를 꼽았다”는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림과 강함이 공존하는 샤오훙을 담담한 표정으로 연기한 탕웨이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16일 개봉.

부산/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판시네마 제공


장이머우 감독 궁리 주연 <5일의 마중>

문화혁명으로 파탄난 가족 이야기
비참한 현실속 인류 보편감정 그려
“기다림 통해 희망 얘기하고 싶었다”

<5일의 마중> 포스터. 사진 찬란 제공
<5일의 마중> 포스터. 사진 찬란 제공
영화 <5일의 마중>은 중국의 거장 감독 장이머우(장예모)와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배우 궁리(공리)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둘은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에 빛나는 <붉은 수수밭>(1988)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로 <국두> <홍등> <귀주 이야기> <인생> 등 여러 작품에서 함께해왔다. 둘이 같이 작업한 건 <황후화>(2007) 이후 7년 만이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5일의 마중>은 이번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4일 오전 기자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중국 작가 옌거링의 소설 <육범언식>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는 중국 사회 전반을 황폐화시킨 마오쩌둥 주도의 문화대혁명(1966~1976)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펑완위(궁리)는 반혁명분자로 몰려 감옥에 갇힌 남편 루옌스(천다오밍)를 기다린다. 혁명이 끝나고 루옌스가 천신만고 끝에 돌아오지만, 정작 펑완위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심인성 기억장애에 걸렸기 때문이다. 루옌스는 한때 자신을 원망했던 딸 단단(장후이원)과 함께 아내의 기억을 찾아주려 애쓴다. 하지만 펑완위는 예전에 남편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매달 5일만 되면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간다.

영화는 문화대혁명을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한 가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에둘러 비판하는 모양새다. 장이머우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화대혁명 때 나는 16~26살이었다. 가장 성장이 활발한 때였고,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이 남은 시기이기도 하다. 문화대혁명이 특별한 것은 제 개인적 경험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일이 일어났던,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라고 이 시기를 다룬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문화대혁명을 지금 다시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시대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과 심리를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이머우 감독은 아픔 속에서도 결국은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뭔가를 기다리는 이야기입니다. 오든 안 오든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다림 자체만으로 인류의 희망을 품고 사는 이야기인 셈이죠.”

옛 연인이기도 한 궁리와 오랜만에 다시 작업한 소감을 묻자 장이머우 감독은 “감독으로서 우리 영화 여주인공이 금마장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돼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는 딸 단단을 연기한 신예 장후이원에 대해 “신인으로서 과거 세대 인물을 연기하는 게 큰 부담이었을 텐데도 자기 특색을 훌륭히 지켜냈다”고 칭찬했다. 8일 개봉.

부산/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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