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내일까지 5분전>을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왼쪽부터)과 주연배우 미우라 하루마, 류스스, 장샤오취안.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내일까지 5분전’ 첫 공개
일본·중국·대만 배우와 작업
상하이 배경 ‘불확실한 사랑’ 그려
일본·중국·대만 배우와 작업
상하이 배경 ‘불확실한 사랑’ 그려
지난 3일 저녁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서 <내일까지 5분전>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유명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시계수리공으로 일하는 류(미우라 하루마)는 루오란(류스스)을 만나 가까워진다. 루오란에겐 일란성 쌍둥이 동생 루메이(류스스 1인2역)가 있다. 서로 자리를 바꿔도 모를 정도로 자매는 꼭 닮았다. 어느 날 자매는 여행길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하고, 동생 루메이만 돌아온다. 하지만 루메이의 남편 티엔룬(장샤오취안)은 아내가 루오란인 건 아닐까 의심한다. 남편의 의심에 힘들어하던 루메이는 어느 날 류 앞에 나타난다. 류는 그가 루오란인지 루메이인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묵묵히 받아준다.
4일 기자와 만난 유키사다 감독은 “사랑의 불확실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혼다 다카요시의 소설 <자정 5분전>을 읽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쉽고 명확한 러브스토리를 선호하는 일본 제작사들은 조용하면서도 모호한 사랑 이야기를 꺼렸다. 시나리오를 6~7년간 묵혀두던 유키사다 감독은 일본을 벗어나 외국으로 나가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 상하이 제작사가 영화화를 제안했다. 일본의 신예 스타 미우라 하루마, 중국의 떠오르는 여배우 류스스,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 장샤오취안이 캐스팅됐다. 유키사다 감독은 완성된 작품을 들고 올해 부산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그는 “나의 외국 활동 시발점이 된 것도 2000년 부산영화제였다. 부산은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중심에서…>와 <내일까지 5분전>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유키사다 감독은 “두 영화 모두 뭔가를 잃은 데서 오는 슬픔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다만 <세상의 중심에서…>는 직설적인 연애 이야기인 반면, <내일까지 5분전>은 사랑이란 존재에 대한 의심을 다뤘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이번달 중국을 시작으로 홍콩, 대만에서 잇따라 개봉한다. 12월 일본 개봉에 이어 한국 개봉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유키사다 감독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는 국경을 초월한 테마다. 전 아시아로 확대 개봉하게 된 게 이 작품으로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아시아 인접국 사이에 정치적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부산영화제에 와보니 영화는 정치적 문제를 넘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이런 때일수록 영화를 통해 아시아 각 나라를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배우들과 본격적으로 연기하기는 처음이라는 미우라 하루마는 “중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연기하게 돼 무척 좋았다. 류스스의 섬세한 표정, 장샤오취안의 강렬한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언어가 달라 연기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말이 안 통해도 눈을 보면 서로 통한다. 눈으로 소통하는 건 일본 배우와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연기에 있어 언어의 장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의 공동작업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부산/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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