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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표현의 자유 억누르는 현실 비판

등록 2014-10-09 20:32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문화‘랑’] 영화
켄 로치 감독의 ‘지미스 홀’
어쩌면 켄 로치(78) 감독의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를 <지미스 홀>이 9일 개봉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거장이자 노동자와 하층민의 삶에 천착하는 좌파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그다. 켄 로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촬영장에 가는 게 너무 힘들다”며 이 영화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켄 로치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200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920년대 초 아일랜드가 영국에 대항해 벌인 독립전쟁이 휴전협정으로 마무리될 즈음, 영국-아일랜드 조약 지지파와 반대파의 내전으로 형제간에도 갈라서는 아일랜드인들의 비극을 그린 영화다. 8년 만에 다시 아일랜드로 카메라 렌즈를 향한 켄 로치는 그로부터 10년 뒤 이야기를 다룬다.

내전이 조약 지지파의 승리로 끝나고 10년 뒤,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떠나 있었던 지미 그랄턴(배리 워드)이 돌아온다. 10년 만의 귀향에 마을이 떠들썩해지고, 사람들은 지미에게 마을회관을 다시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과거 지미가 자신 소유의 땅에 지었던 마을회관은 폐허가 된 지 오래다. 지미는 왕년의 동료들과 힘을 모아 누구라도 함께 웃고 떠들며 문학·음악·미술을 배우고 춤출 수 있는 공간을 되살린다. 하지만 마을 신부와 지배계층은 이런 움직임을 탐탁지 않아 한다. 지미와 동료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마을회관을 없애려 한다.

신부는 마을회관의 재즈 음악과 춤을 노골적으로 비하한다. 설교를 통해 “재즈는 격정에 불을 지르는 아프리카 리듬이다. 골반을 흔들고 서로 몸을 더듬는 춤을 추며 흥청망청 즐긴다”며 “더 위험한 것은 그랄턴과 동료들이 공산주의자이자 무신론자라는 점이다. 그리스도냐 그랄턴이냐 선택하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겁을 준다. 지주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쫓겨나는 소작농을 지키려는 지미와 동료들의 행동도 신부와 지배계층한텐 불온한 반역일 뿐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미 그랄턴은 실존인물이며, 마을회관 역시 실제로 존재했다. 켄 로치는 “좌파는 재미없고 의기소침하며 재미와 즐길거리에 반대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기 위해 지미 그랄턴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또한 조직적 종교가 경제적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에서 춤과 음악은 자유의 표현을 상징한다. 통제하려는 이들에겐 언제나 위험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여당 정치인들이 갖은 방해와 겁박을 해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향한 노감독의 일성 같다. 이런 날카로운 시선을 더는 볼 수 없는 걸까? 그는 은퇴설에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자 “과장된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렇게 큰 규모의 영화를 하는 것이 힘들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될지는 또 모른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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