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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별점으로 본 영화 ‘나의 독재자’

등록 2014-10-21 19:12수정 2014-10-21 21:42

영화 <나의 독재자>의 한 장면. 사진 퍼스트룩 제공
영화 <나의 독재자>의 한 장면. 사진 퍼스트룩 제공
참신한 소재·설경구 연기 ‘★★★★’
너무나 도식적인 만듦새 ‘★★’

‘독재자 대역’ 상상력 돋보이지만
가족 설정·시대 풍경 등 구태의연
영화 <나의 독재자>(30일 개봉·사진)는 조목조목 뜯어볼 지점이 많은 영화다. 통째로 뭉뚱그려 평가 받기엔 좀 억울할 지점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각 요소별로 나눠 별점을 매겨봤다.

#1. 소재: ★★★☆

<나의 독재자>는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소재만으로 50점은 따고 들어가는 영화인 셈이다.

단역만 전전하는 무명배우 성근(설경구)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고 싶지만 무대에서 망신스러운 모습만 보여준다. 어느날 그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앙정보부의 김일성 대역 오디션에 합격한다. 생애 첫 주인공을 맡아 말투부터 제스처까지 역할에 몰입하는 성근.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되지만, 성근은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20여년 후, 여전히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믿는 성근 때문에 스트레스에 휩싸인 아들 태식(박해일)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개발 예정인 옛 집에 아버지를 모셔온다. 짝퉁 수령 성근과 그를 평생 원망해 온 태식은 지지고 볶는 갈등을 시작한다.

성전환수술할 돈을 모으기 위해 씨름대회에 출전한 소년의 이야기 <천하장사 마돈나>, 자살시도마저 실패하고 밤섬에 표류한 한 낙오자와 히키코모리 여자, 두 외톨이의 교류를 다룬 <김씨 표류기> 등 이해준 감독의 전작들처럼 이 영화는 참신함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이 감독은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실제같은 리허설을 치렀다는 기사를 보고, 독재자 대역을 맡은 인물이 있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한 줄에서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 낸 상상력만큼은 후한 점수를 줄만 하다. 특히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이후 비밀리에 추진됐던 첫 남북정상회담과 20여년이 지난 1994년 다시 추진된 남북정상회담을 엮어낸 부분은 참으로 절묘하다.

#2. 연기력: ★★★★

<나의 독재자>가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은 배우 설경구의 연기력이다. 흔히 영화는 ‘감독의 예술’로 불리지만, 때론 ‘배우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바로 ‘이 배우가 연기했기에 이 작품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배우가 압도적인 연기를 펼치며 작품 자체를 좌우할 때다.

영화 <나의 독재자>의 한 장면. 사진 퍼스트룩 제공
영화 <나의 독재자>의 한 장면. 사진 퍼스트룩 제공
“나 돌아갈래!”라는 처절한 외침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아픔을 표현해 낸 <박하사탕>의 영호, 가장 밑바닥 인생 속에 피어난 절절한 사랑을 그린 <오아시스>의 종두, 일본 열도를 뒤흔든 불세출의 영웅이지만 조국을 잃은 불쌍한 레슬러 <역도산>, ‘꼴통’이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통쾌함을 안겨준 <공공의 적>의 형사 강철중…. 설경구란 이름을 각인시킨 여러 전작들 만큼 <나의 독재자> 역시 설경구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기록될 듯 하다.

소심한 무명배우에서 독재자 김일성 역을 맡아 말투부터 행동까지 점차 독재자로 변해가는 모습, “수령은 아버지 아이네?”라는 한 마디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까지 설경구는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나의 독재자>를 ‘설경구의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3. 만듦새: ★★

참신한 상상력,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만듦새는 전체적으로 아쉽다. 군사정권이라는 시대적 배경,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진정한 배우론까지 세마리 토끼를 모두 공략하려는 감독의 욕심 탓에 어느 한 가지도 완벽히 잡아내지 못한다. 부자 관계와 가족의 의미 등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등장시킨 태식의 애인 여정(류혜영)의 임신 설정도 너무 구태의연하고 도식적이다. 고문·구타·시위 등 1970년대를 ‘정색하고 그려낸’ 부분은 좀 더 힘을 뺐다면 좋았겠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는 이 영화의 장르상 생뚱맞고 어울리지 않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퍼스트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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