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대신 펜 선으로 훨씬 박진감 있게 연출하는 <헬퍼>의 액션 장면.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헬퍼>의 삭 작가
<헬퍼>의 삭 작가
잘 짜인 액션 연출은 언제나 만화를 보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드래곤볼>의 손오공 대 셀의 스케일 큰 대결이나 이제는 완결한 <짱> 임재원 작가의 인체 동선을 이용한 우아한 액션이 그러했던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영화와 달리 이들 만화에서는 몇 번의 합이 한 컷 안에 표현되는 게 가능해 어떤 면에서는 여타 장르를 통틀어 가장 스피디한 액션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웹툰에서 이러한 쾌감을 가장 극대화한 작품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삭 작가의 <헬퍼>를 꼽을 것이다.
도시를 지키는 자경단 킬베로스의 리더였던 장광남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은 뒤 저승에서 펼치는 활극을 담은 <헬퍼>는 배경이 저승인 만큼 액션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물론 <나루토>의 차크라를 연상시키는 암력 개념이나, <헌터×헌터> <원피스> 등의 능력자 배틀의 전통에 이어진 각종 술법과 법구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퍼>는 이러한 설정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세계관의 넓은 범위 안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부린다. 가령 암력이 어느 이상이면 신체를 변형하는 ‘외변형’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만들면, 장광남이 자기 몸을 바이크로 만들거나 저승의 사채업자 지룽이 전술에 맞는 칼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러한 한계 없는 상상력은 <헬퍼> 특유의 스피디한 액션 신과 결합해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역시 탁월한 액션 스페셜리스트인 <격투기특성화사립고등학교 극지고>의 허일 작가는 출판 액션의 연출을 웹툰에서 가장 잘 살리는 작가로 삭 작가를 꼽기도 했는데, 그는 특히 펜 선을 이용해 속도감을 연출하는 데 탁월하다. 허일 작가나 <갓 오브 하이스쿨> 박용제 작가처럼 화려한 그림체는 아니지만 오히려 선명한 형태를 지우고 펜 선만으로 힘의 방향을 극대화하거나 흑백의 대비로 박진감을 극대화하는 건 삭 작가만의 강점이다. 육체와 중력의 한계를 벗어난 저승에서의 싸움은 이러한 작화와 밀도 높은 연출을 통해 비로소 가시화될 수 있다.
하지만 <헬퍼>가 정말 괜찮은 판타지 액션 만화라면, 그저 액션 연출이 탁월해서만은 아니다. 액션도 좋고 스토리도 좋아서만도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해 <헬퍼>는 이러한 액션을 통해 스토리의 전달력을 더욱 높인다. 주인공 장광남은 살아 있을 때도 자신에게 한계를 지우지 않고 살았던 자유로운 영혼이다. 덕분에 저승 내 힘의 서열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질주할 수 있다. 상상력으로 마음껏 ‘외변형’을 하며 상대를 가리지 않고 싸우는 장광남의 액션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쉴 새 없이 치고 박는 순간에도. 그러니 어찌 이 싸움의 풍경에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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