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아무개(37)씨는 얼마 전 지하철에서 모바일 브이오디(VOD)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인간중독>을 보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화면은 바로 옆 사람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하는 ‘프라이버시 필터’ 앱을 깔아 해결했지만, 이어폰을 똑바로 꽂지 않는 바람에 민망한 신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간 탓이다. 신씨는 “출퇴근 시간이 전철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다 보니 모바일로 영화를 본다”며 “집에는 아이들이 있어 19금 영화는 주로 지하철에서 혼자 보는데, 시간도 때우고 극장에서 놓쳤던 영화도 챙겨보니 일석이조다. 다만 옆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화면보호 앱과 이어폰은 필수”라고 말했다.
모바일 브이오디와 아이피티브이(IPTV)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극장에서 맥을 못 추던 영화도 부가판권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직배사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최근 아이피티브이를 통해 영화를 개봉하는 ‘아이피티브이 국내 최초 개봉관’을 론칭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아이피티브이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모바일 브이오디와 아이피티브이에서는 어떤 영화의 인기가 높을까? 한마디로 티브이로는 ‘흥행 영화’를, 혼자 몰래 볼 수 있는 모바일로는 ‘야한 영화’를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티가 운영하는 아이피티브이인 ‘올레티브이’가 지난 1~10월까지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1~10위까지 대부분이 극장 흥행 영화의 목록과 일치했다. 1위는 올해 초 애니메이션 사상 첫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이, 2위 역시 1천만 관객을 넘어선 <변호인>이 차지했다. 3위는 8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였고, <역린>(4위), <인간중독>(5위), <신의 한 수>(6위), <군도: 민란의 시대>(7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8위), <피끓는 청춘>(9위), <설국열차>(10위)가 뒤를 이었다. 올레티브이 홍보팀 문지형 과장은 “겨울왕국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좋아해 영어 버전, 한글자막 버전, 한글더빙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이 모두 판매가 높았다”며 “1만원 정도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아이피티브이의 장점상 주로 극장에서 놓친 흥행 영화나 극장에서 봤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은 명작 등이 상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모바일 판매 순위에는 청소년관람불가(19금) 영화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모바일 순위를 보면, <인간중독>(2위), <황제를 위하여>(3위), <맛-무삭제판>(4위), <화려한 외출>(7위), <밀애>(10위) 등 야한 장면으로 유명세를 탄 19금 영화가 1~10위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문 과장은 “야한 영화로 불리는 19금 영화는 혼자 조용히 모바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모바일은 매달 10위권에 최소 4~5편 이상의 19금 영화가 상위에 랭크된다”고 전했다. 문 과장은 “아이피티브이로 야한 영화가 많이 팔린다는 것이 정설인데, 사실 극장 흥행 영화들에 견주면 매출액이 아주 큰 편은 아니다. 오히려 19금 영화는 모바일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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