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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오타쿠 남자 득시글’ 게임회사 선입관을 파고들다

등록 2014-11-21 19:34수정 2015-10-23 18:10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세 주인공. 태블릿 펜을 들고 있는 가운데가 작가 본인 캐릭터인 마시멜이다.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세 주인공. 태블릿 펜을 들고 있는 가운데가 작가 본인 캐릭터인 마시멜이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마시멜 작가
오타쿠에 이공계 남자가 득시글대는 곳. 게임회사라는 공간에 대한 다수 사람들의 선입관은 이렇지 않을까. 하지만 다음에서 <게임회사 여직원들>을 연재 중인 마시멜 작가는 이러한 선입관의 틈새를 파고들어 상당히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게임공학과 출신인 작가는 기획자, 그래픽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이렇게 세 명의 여직원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그들 각각의 시선과 그 시선의 교집합 및 합집합에 관심을 갖는다. 일반인에게는 미지의 영역인 게임회사의 일상이 귀엽고 발랄한 톤으로 그려진다.

역시 픽션이되 일상 만화의 정서로 그려진 <술꾼도시처녀들>의 미깡 작가가 자신의 성격을 세 명의 가상 캐릭터에게 고루 배분했다면,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마시멜 작가는 직접 본인이 그래픽디자이너로 출연한다. 별것 아닌 설정이지만, 오직 경험해야 알 수 있을 게임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와 작가 캐릭터의 직접 등장을 통해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마치 실제 있었던 사건을 보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게임 개발이라는 생소한 업무를 만나야 하는 독자에게 이러한 착시는 해당 에피소드에 좀더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장치다. 일 자체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의 고뇌와 애환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가령 게임에 대해선 잘 몰라도, 5개월 동안 개발한 게임이 엎어지자 여태 자기는 한 번도 신규 게임을 내놓지 못했다며 글썽이는 기획자의 눈물에는 마음이 움직인다.

또한 반대로 이 작품이 온전히 경험에 의존한 일상 만화였다면 지금만큼 재밌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시멜 작가 본인이 블로그에 올린 <전에 다녔던 게임회사 이야기>는 작가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와 연출에도 불구하고 암울한 정서가 밑에 깔려 있다. 첫 출근 날 긴장해서 위가 아프다는 그에게 “그럼 회사 다니지 말고 집에 가!”라고 말한 상사 이야기는 보고 또 봐도 마음에 돌덩이를 맞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동년배의 말 통하는 동성 동료로 설정된 세 명의 주인공은 기획자가 모호한 말로 디자인 수정을 지시해도, 디자인이 빨리 결정되지 않아 프로그래밍이 늦어져도, 힘들어하되 반목하거나 악감정을 드러내진 않는다. 앞서의 게임 프로젝트 무산 건도 현실에서라면 훨씬 우울하고 화나는 일이겠지만, 만화 속 마시멜은 “Ctrl+Z(실행취소)할 기회를 드릴게요. 사장님”이라고 웃으며 번복을 요청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의 윤곽은 그려내되 분위기는 발랄하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그래서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게임회사라는 본 게임에 직접 들어가기 전에 맛보기로 즐길 수 있는 데모 게임과도 같다. 물론 본 게임의 스테이지들은 훨씬 고되고 만화 속에서처럼 안경 벗으면 미인인 개발자도 만나긴 쉽지 않겠지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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