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인터스텔라’ 한국 대박 뒤엔 ‘교육열’

등록 2014-11-25 17:27수정 2014-11-25 17:48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개봉 20일만에 700만명 돌파

우주과학 ‘교육용’…가족 단위 많아
성인은 지적 호기심에 보고 또 보고
아버지-딸 가족애도 흥행에 한 몫
직장인 서진우(44)씨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중학교 1학년 딸을 데리고 영화 <인터스텔라>를 관람했다. 주말인데다 아이맥스관이라 닷새 전부터 예매를 해야했다. 서씨는 “아이들과 영화관에 가는 일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지만, <인터스텔라>는 과학 이론을 정교하게 풀어냈다고 해 아이들 교육용으로 선택했다”며 “영화를 통해 아이들이 과학이나 우주 등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기세가 무섭다. <인터스텔라>는 개봉 20일 만인 25일 700만을 돌파하며, 13번째 ‘1천만 클럽’ 가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놀란의 이름값이 흥행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평단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전작들의 한국 성적을 고려하면 이 설명은 충분치 못하다. 놀란 감독의 전작인 <다크 나이트>는 408만명, <인셉션>은 592만명,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639만명을 동원했다. 더구나 <인터스텔라>는 정작 북미에서는 <덤 앤 더머 투>에도 밀리는 등 그닥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169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 난해한 과학용어가 난무하는 어려운 영화인 <인터스텔라>가 왜 한국에서 유독 인기일까?

돌풍의 중심에는 한국의 ‘교육열’이 자리잡고 있다. 앞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는 전혀 다른, 다소 길고 지루할 수 있는 영화임에도 <인터스텔라>는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다. 맥스무비 예매 통계만 봐도 <인터스텔라>는 가족 관객의 지표라 할 수 있는 40대 이상 관객 선호도가 43%로 가장 높았다. 허진용(48)씨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천체 망원경을 사달라’, ‘별을 보러 가자’고 조르는 등 과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교육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들에게는 영화의 난해함이 되레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 카페와 에스엔에스를 통해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 알아야 할 10가지’, ‘인터스텔라 속 물리학 이론’등의 게시물이 퍼지는가 하면, 인터스텔라 속 과학법칙의 해석을 두고 논쟁까지 벌어진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동생 조너선 놀런이 대학에 가서 4년 동안 물리학을 공부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대중들의 호기심은 더 끓어올랐다. 상대성 이론, 웜홀, 중력장 이론 등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원리 때문에 재관람 열풍까지 일고 있다. <인터스텔라> 개봉 이후 ‘상대성 이론’에 관련한 책이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통하는 ‘부성애’와 ‘순환적 원리’등을 담은 영화 속 메시지도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구에 두고 온 딸을 그리워 하는 아버지, 자신을 두고 우주로 간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그의 생존과 귀환을 갈망하는 딸, 개인의 희생이 인류의 생존의 씨앗이 된다는 순환 정신 등 차갑고 이론적인 과학영화에 따뜻한 감성을 녹여낸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폴터가이스트(초자연) 현상이 결국 아버지의 사랑으로 귀결되는 대목 등은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또 “한·중·일이 앞다퉈 달 탐사선과 달 유인기지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우주에 대한 아시아권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도 북미보다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흥행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