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인사이드 르윈> 등 외국 음악영화들의 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티51> <악사들> <그로우> 등 세가지 각기 다른 색깔의 한국 음악 다큐들이 잇따라 개봉해 주목된다. <파티51>의 한 장면. 박김형준 제공
음악인 다큐영화 세편 연달아 개봉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로 이름을 알린 존 카니 감독의 신작 <비긴 어게인>은 지난 8월 개봉해 340만 관객을 모으며 음악영화 열풍을 일으켰다. 앞서 올 초 개봉한 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도 10만 관객을 넘기며 다양성영화로는 의미 있는 흥행 기록을 남겼다. 2012년 개봉한 음악 다큐 <서칭 포 슈가맨>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이처럼 외국 음악영화들의 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음악 다큐들이 잇따라 개봉해 주목된다. 주변부 중의 주변부 인디 음악인을 다룬 <파티51>(정용택 감독), 왕년의 나이트클럽 악사들이 다시 모여 음악을 하는 얘기를 담은 <악사들>(김지곤 감독),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속얘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그로우>(김진수 감독) 등 세가지 색깔의 음악 다큐를 소개한다.
인디 가수들의 자립기 ‘파티 51’
인디 메카 홍대서도 밀려난 이들
철거 몰린 두리반과 함께 위기극복 1970년대 나이트 주름잡던 ‘악사들’
세속 못 끊은 스님·룸살롱 반주가…
길거리 연주마저 행복한 다섯 악사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그로우’
11개국 월드투어 공연 실황 대신
멤버 고민 등 무대 아래 모습 담아 ■ 파티51 2009년 말 서울 홍대앞 칼국숫집 두리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인근 지역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이주비 300만원만 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억원 넘는 권리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진 주인 안종려씨는 식당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여기에 인디 음악인들이 하나 둘 가세하기 시작했다. 하헌진,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한받, 박다함 등 홍대 인디 음악신에서도 언저리로 밀려난 이들이었다. 한받은 “홍대앞에서 밀려나는 음악가의 처지와 철거민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했다. 홍대앞 ‘작은 용산’ 두리반에서는 낮에도 밤에도 흥겨운 공연이 이어졌다. 노동절에는 무려 60여 밴드가 모여 15시간 동안 릴레이 공연을 하는 전국자립음악가대회 ‘51+’를 열었다. 많은 이들이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춤추며 두리반을 지키는 축제 같은 농성에 기꺼이 동참했다. 이들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거대 자본, 매스미디어에 기대지 않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음악을 생산하자”는 취지를 공유한 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해나갔다. <파티51>은 이들의 음악적 투쟁기이자 자립 성장기다. 2011년 여름, 두리반은 개발업체와 합의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 승리 이후에도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길을 걸었다. 한달에 15만원도 못버는 남자가 될까봐 두려워하던, 출연료 대신 고기를 준다는 곳에서 어쩔 수 없이 공연하던 이들은 이제 음악적으로 충분히 인정받는 음악인들이 됐다. 11일 개봉.
■ 악사들
1970~80년대 나이트클럽에서 활약했던 무명의 다섯 악사들이 있다. 20대 때는 꿈을 위해 음악을 했고, 30~40대 때는 가족을 위해 카바레와 룸살롱을 전전했던 이들은 이제 평균 나이 60살이 되어 못다한 꿈을 위해 밴드를 결성한다. 불가에 귀의했지만 여전히 세속의 욕망으로 전전긍긍한다는 혜광 스님(색소폰),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다 이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는 이승호(베이스), 젊은 시절 ‘오부리’(유흥주점에서 손님 노래 반주를 해주는 것) 악사들을 무시했지만 오부리로 밥을 버는 처지가 된 이현행(드럼), 밴드의 유일한 싱어송라이터 이정수(기타), 밴드에서 가장 젊은 연주자 박기태(건반)가 결성한 5인조 밴드 ‘우담바라’다.
<악사들>에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전설적인 쿠바 음악인들이나 <서칭 포 슈가맨>의 주인공 로드리게스의 극적인 컴백 무대 같은 건 없다. 바람이 몰아쳐 드럼이 넘어지는 부산 영도다리 위나 왕년에 연주했던 나이트클럽이 있던 부산호텔 앞 거리에서 연주할 뿐이다. 뜨거운 박수도 앙코르 요청도 없지만, 이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삶을 연주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슈퍼스타’라는 생각이 든다. 4일 개봉.
■ 그로우
‘인피니트의 리얼 청춘 라이프’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모습을 밀착해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중국 홍콩,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11개 나라 17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에 함께했다. 이런 식의 아이돌 가수 다큐가 적지 않았는데, 팬들을 겨냥한 공연 실황 위주 다큐와는 차별화된다. 공연 실황은 거의 담지 않고, 공연장 뒤의 날것 같은 모습과 멤버들의 불안, 아픔 등을 주로 담았다. 겉으로는 화려한 스타이지만 안으로는 적지 않은 고민을 품고 사는 20대 청년들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다만 월드투어 도중 열애설이 불거진 멤버 엘이나 형들과 떨어져 혼자 있으려고만 하는 막내 성종이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는지에 대한 언급을 피해가는 대목에선 한계가 뚜렷하다. 4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인디 메카 홍대서도 밀려난 이들
철거 몰린 두리반과 함께 위기극복 1970년대 나이트 주름잡던 ‘악사들’
세속 못 끊은 스님·룸살롱 반주가…
길거리 연주마저 행복한 다섯 악사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그로우’
11개국 월드투어 공연 실황 대신
멤버 고민 등 무대 아래 모습 담아 ■ 파티51 2009년 말 서울 홍대앞 칼국숫집 두리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인근 지역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이주비 300만원만 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억원 넘는 권리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진 주인 안종려씨는 식당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여기에 인디 음악인들이 하나 둘 가세하기 시작했다. 하헌진,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한받, 박다함 등 홍대 인디 음악신에서도 언저리로 밀려난 이들이었다. 한받은 “홍대앞에서 밀려나는 음악가의 처지와 철거민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했다. 홍대앞 ‘작은 용산’ 두리반에서는 낮에도 밤에도 흥겨운 공연이 이어졌다. 노동절에는 무려 60여 밴드가 모여 15시간 동안 릴레이 공연을 하는 전국자립음악가대회 ‘51+’를 열었다. 많은 이들이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춤추며 두리반을 지키는 축제 같은 농성에 기꺼이 동참했다. 이들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거대 자본, 매스미디어에 기대지 않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음악을 생산하자”는 취지를 공유한 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해나갔다. <파티51>은 이들의 음악적 투쟁기이자 자립 성장기다. 2011년 여름, 두리반은 개발업체와 합의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 승리 이후에도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길을 걸었다. 한달에 15만원도 못버는 남자가 될까봐 두려워하던, 출연료 대신 고기를 준다는 곳에서 어쩔 수 없이 공연하던 이들은 이제 음악적으로 충분히 인정받는 음악인들이 됐다. 11일 개봉.
<악사들>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제공
<그로우>의 한 장면. 제콘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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