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영화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
‘트루맛쇼’·‘MB의 추억’ 이어
대형교회 세습·탈세 등 꼬집어
마이클 무어 감독 분장한 주인공
영화 상영 내내 풍자로 폭소
교회 반발에 극장 시사회 취소
“단절된 교회 안팎 잇는 다리되길
관객 1만명 넘을땐 수익금 기부”
‘트루맛쇼’·‘MB의 추억’ 이어
대형교회 세습·탈세 등 꼬집어
마이클 무어 감독 분장한 주인공
영화 상영 내내 풍자로 폭소
교회 반발에 극장 시사회 취소
“단절된 교회 안팎 잇는 다리되길
관객 1만명 넘을땐 수익금 기부”
‘2만개’ 대 ‘7만8000개’
2014년 기준으로 한국 편의점 숫자와 교회 숫자를 비교한 수치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많다’는 편의점보다 교회가 무려 4배 가까이 많다. 늦은 밤, 고층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빛나는 ‘붉은 십자가’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새삼스럽지는 않을지 모른다.
방송사들이 소개하는 맛집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트루맛 쇼>(2011), 이명박 정부 5년의 실정을 정리한 <엠비(MB)의 추억>(2012) 등의 다큐 영화로 큰 관심과 호평을 받은 김재환(작은 사진) 감독이 이번엔 ‘교회’에 매스를 들이댄 영화 <쿼바디스>(10일 개봉)로 돌아왔다. 모태신앙 ‘크리스찬’이라는 김 감독은 지난 4일 “한국의 교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욕망의 근원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타락한 한국 교회의 민낯을 낱낱히 까발린 영화”라고 소개했다. <쿼바디스>라는 제목은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성경 속 베드로의 질문에서 나온 말로, 영화는 ‘2014년, 한국 교회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묻는다.
영화의 형식은 굉장히 독특하다. 한국 대형 교회에 대한 다큐를 제작하고자 미국에서 온 ‘마이클 모어’(이종윤)라는 영화 감독이 대형교회 목사(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뒤쫓으며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에 가깝다. 김 감독의 분신인 ‘마이클 모어’는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를 패러디한 인물이다. 모어는 그리스어로 ‘바보’라는 뜻이다. 깨알같은 김재환식 비판인 셈.
영화는 지난해 3000억원을 들여 서울 서초동 노른자위 땅에 고층 예배당을 지은 사랑의 교회 신축문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탈세·배임 문제,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문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형교회가 안고 있는 세습과 수십~수백억원대의 전별금 문제 등을 조목조목 꼬집는다.
“사실 한국 교회는 기득권 세력과 똑같은 성장 과정을 겪었습니다. 일제시대엔 일본군에 전투기를 상납하고, 군사정권 시대엔 정당성 없는 군부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고, 지난 2007년 대선 때는 장로인 이명박을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기득권 곁에는 언제나 교회가 있었던 거죠.” 영화는 과거 뉴스 영상, 교회 개혁을 부르짖는 교수 등 전문가들 인터뷰, 대형 교회 목사들의 실제 설교영상 등을 삽입해 설득력을 높인다. 중간중간 최승호·이용마·이상호 등 문화방송 해직기자들도 출연한다. 문화방송 시사교양 피디 출신인 김 감독을 위한 우정출연이다.
지난 10월 후원자를 위한 순회상영 당시 멀티플렉스의 갑작스런 시사회 취소로 어려움을 겪은 <쿼바디스>는 언론시사회 역시 갑작스럽게 장소와 시간을 바꿔야 했다. 멀티플렉스가 교회의 반발을 우려해 시사회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달 정식 개봉 역시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개봉관 13곳 정도를 확보했을 뿐이다. “멀티플렉스 담당자가 전화로 읍소를 하더군요. 교인들이 ‘극장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는 거죠. 제게도 밤에 발신제한표시 전화가 꽤 걸려왔어요. 하하.” 심지어 지난 6일에는 사랑의 교회가 ‘설교영상 무단 사용과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영화의 일부분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김 감독은 이러한 현실이 바로 <쿼바디스> 같은 영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올해 가장 핫한 문장이 바로 ‘가만히 있으라’라더군요. 대형 교회도 ‘비판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거죠. ‘세습’을 ‘청빙’(부탁하여 부름)이라 주장하고, 심판은 신만이 할 수 있다며 죄를 인정하지 않는 행태에 가만이 있어서는 안 되죠.”
김 감독은 <쿼바디스>가 비신자들이 더 많이 보는 영화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재미와 대중성에 집중했다고 했다. 실제영화는 내내 폭소가 나올 정도로 엉뚱하고 웃기다. “대형교회는 신의 심판을 말하지만, 저는 ‘개독교’라는 비아냥을 당하며 교회 안과 밖이 철저히 단절된 현재 상황이 바로 심판이라고 봅니다. 이 영화가 교회 안과 밖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래요.”
그는 이 영화가 큰 흥행은 못하더라도 1만명은 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1만명 기준 수익인 3000만원을 빚에 허덕이는 이들을 돕는 크리스찬 모임 ‘희년함께’에 기부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50년마다 도래하는 희년 제도가 있어요. 희년엔 노예도 해방시키고, 빚도 탕감해줬죠. 교회가 해야 할 몫을 조금이나마 대신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기부를 결정했어요.”
“아무도 관심 없는 주제만을 선택한다”는 김 감독은 다음 영화로 <엑스(X)맨 프로젝트>(가제)를 구상 중이다. “한국의 낡은 정치지형을 바꿀 엑스맨을 선거를 통해 정치판에 보낸다는 기발한 내용”이란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전세계 영화사를 뒤흔들 ‘초유의 영화’가 될 듯 싶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단유필름 제공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김재환 감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