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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몸에 맞지 않는 옷 입은 ‘상의원’

등록 2014-12-16 19:55

<상의원>의 한 장면.
<상의원>의 한 장면.
조선 왕실 의복 제작기관 배경
화려한 한복 1000여벌 ‘볼거리’
1700년대 의상 고증 부족하고
궁궐암투·삼각관계 뒤섞여 복잡
“패션은 하늘에도 있고 거리에도 있다”고 했던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왕도, 궁궐의 안주인이자 내명부의 통솔자인 왕비도, 기방에서 술을 따르는 기생도 아름다운 옷을 입고픈 욕망에는 단 한 끝의 차이도 없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왕과 왕비, 대신들의 옷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누가 유행을 창조하고 선도했을까?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상의원>은 이런 의문을 상상력을 통해 풀어낸 영화다. ‘조선시대 버전의 패션왕’혹은 ‘패션 1725’정도가 되겠다.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기관인 ‘상의원’. 상의원의 수장(어침장)인 ‘조돌석’(한석규)은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전담해 만들어왔다. 그 공을 인정받아 6개월 후면 ‘양반’의 칭호를 받게 되는 조돌석 앞에 궁궐 밖 패션을 선도하는 ‘이공진’(고수)이 등장한다. 공진이 우연한 기회에 왕비(박신혜)를 위해 왕(유연석)의 면복(왕의 제례복)을 만드는 것을 돕게 된 것. “옷에는 예의와 법도, 그리고 계급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장인정신의 소유자 돌석과 “누구나 아름답고 편안한 옷을 입고 싶은 욕망과 권리가 있다”는 공진은 ‘옷’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부터 다르다. 궐 안 궁녀와 관리를 비롯해 왕과 왕비마저 공진의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옷에 열광하자 돌석은 공진의 천재성에 감탄하면서도 그에 대한 질투심에 괴로워한다.

<상의원>의 볼거리는 돌석과 공진이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한복들이다. 역사책이나 박물관의 손책자에서나 소개될 법한 왕의 면복·사냥복·가례복을 비롯해 대신들의 관복, 왕비·후궁·기생들의 옷까지 모두 1000여벌이 넘는 한복들이 이 영화 한 편을 위해 제작됐다. 의상 제작비만 무려 10억원(총 제작비 72억원의 15%)이 들었으며, 50여명의 전문가가 동원돼 6개월 동안 꼬박 작업을 했다고 한다.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색감의 한복과 악세서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2시간이 지루하지는 않다.

문제는 이렇게 화려한 옷들이 과연 조선시대 ‘상의원’에서 실제 만들었던 옷이냐는 데 있다. 제작사 쪽은 “영조 시대 소매와 저고리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고증을 했다”고 밝혔지만, 영화 속 의상은 ‘상의원’이라는 제목이 무색할 만큼 역사성과 사실성이 부족하다. 다른 사극 영화와 달리 ‘상의원’에서 과거 옷을 제작하던 모습과 방식에 대한 고증을 기대한 관객들은 화려한 비즈와 진주 장식이 난무하는 개량 한복에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상의원’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그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할 뿐이다.

스토리 역시 아쉽다. 패션을 둘러싼 돌석과 공진의 열정과 욕망, 질투의 이야기를 ‘조선판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처럼 풀어냈으면 깔끔했을 법 한데, 감독은 여기에 궁궐의 암투, 왕과 왕비와 공진의 어설픈 삼각관계, 왕의 내면적 갈등까지 담아내려 한다. 여러 줄기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며 진행되니 몰입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반부의 톡톡 튀는 유머감각과 가벼운 전개가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무거워지면서 완급 조절을 제대로 못한 점도 아쉽다.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마동석 등 중량급 배우들의 캐릭터를 모두 살려주려다보니 이야기는 복잡해지고 무게중심은 흐트러졌으며, 배우들의 열연은 되레 빛이 바래버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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