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영화산업 불공정행위 후속조처 마련
앞으로는 영화 제작과 상영을 겸하는 대기업이 배급하는 한국영화에는 정부가 출자한 콘텐츠 펀드의 투자가 제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영화산업 불공정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2일 자사나 계열사 영화에 스크린수,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한 씨제이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를 상대로 불공정행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조치를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문체부는 내년부터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한국영화에는 모태펀드를 통해 문체부가 출자·결성한 콘텐츠 관련 펀드의 투자를 제한한다. 단, 글로벌펀드나 한·중 공도펀드와 같이 해외 진출과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콘텐츠 투자 펀드의 경우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런 조처는 최소 3년 동안 유지되며, 향후 정부 모니터링을 통해 씨제이와 롯데가 공정하게 영업한다고 평가될 경우 해제된다. 내년 이후 정부가 참여해 조성하는 국내 펀드 가운데 영화산업 몫은 약 22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펀드 운용이 통상 4년이며 대기업·중소기업 배분율이 50대 50임을 감안하면, 연간 27.5억원 가량의 대기업 투자 몫이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12월 말부터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or.kr)을 통해 씨지브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체인별로 상영 중인 영화의 스크린 수와 상영 회수 정보가 공개된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들이 자사 또는 계열사 영화의 상영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지를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이 밖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인 신문고’와 ‘불공정행위신고센터’를 통합한 ‘영화산업 공정환경 조성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배장수 영화제작자협회 이사는 “스크린수·상영회수 정보공개는 씨제이와 롯데 등이 공정위 제제 결정 전 ‘동의의결’신청을 할 때 이미 내놓은 자구책이라 큰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배 이사는 이어 “모태펀드 투자 제한은 당연히 이뤄졌어야 하는데 늦은감이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이 중소제작사를 통해 정부 펀드를 우회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70%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우회사용을 막을 방안이 추가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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