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또 다른 주인공 애완견 ‘윌리’와 주인 김혜자. 삼거리픽쳐스 제공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개봉
영미권 소설 최초 한국영화화
영미권 소설 최초 한국영화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국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장소설이다. “전 세계를 울리고 웃긴 작품”이라는 호평 속에 2007~2008년 무려 14개의 문학상, 협회 선정작에 노미네이트되며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권장도서로 추천받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이 책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소설이나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는 많았으나, 영미권 작가의 소설을 한국영화로 만든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가족영화로 잘 만들어졌다.
어느날 아빠가 사라지면서 집까지 잃게 된 10살 소녀 지소(이레)는 철부지 엄마 정현(강혜정), 동생 지석(홍은택)과 함께 미니승합차에서 지낸 지 벌써 한 달이다. 세 식구가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지소는 부잣집 개를 훔친 뒤 돌려주고 사례금을 받는 계획을 세운다. 고급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인 노부인(김혜자)의 애완견 ‘월리’를 목표물로 삼고 친구 채랑(이지원), 동생 지석과 작전에 나선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숙자 대포(최민수)가 엮이면서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연기가 천역덕스럽다. 2013년 <소원>(김독 이준익)에서 아픈 사고를 당한 뒤 가족과 함께 딛고 일어서는 소원 역으로 데뷔한 아역연기자 이레는 당시 7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제4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2살 더 많은, 밝고 순수하면서도 속 깊은 지소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친구 채랑을 연기한 이지원, 동생 지석을 연기한 홍은택도 제 몫을 해낸다.
개도 연기를 제법 한다. 월리 역을 맡은 2살짜리 수컷 강아지 ‘개리’는 영국 대표 견종인 잭 러셀 테리어다. 짐 캐리 주연 영화 <마스크>의 ‘마일로’, 2012년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빛나는 영화 <아티스트>의 ‘어기’와 같은 종이다. 이전에 연기경험이 전무한 신‘견’으로, 오디션에서 200: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뒤 석 달간 연기 훈련을 거쳤다. 컴퓨터그래픽이나 대역 없이 모든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개리는 연기가 천직인 개”라는 칭찬이 촬영 현장에서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시사회에서 개리 단독으로 포토타임을 갖기도 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화, 판타지, 케이퍼 무비(범죄의 계획·모의·실행에 중점을 둔 영화)의 중간 어디쯤을 가로지른다. 보는 내내 유쾌하고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된다.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아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기에 제격이다. 전체 관람가. 31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선 이레, 홍은택, 이지원(왼쪽부터) 등 아역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삼거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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