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패딩턴>의 한 장면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제작
사고뭉치 곰의 유쾌한 모험기
방학 맞은 자녀와 함께 보세요
사고뭉치 곰의 유쾌한 모험기
방학 맞은 자녀와 함께 보세요
크리스마스엔 <나홀로 집에>, 추석엔 ‘성룡’이 있었다면 이제부터 연초엔 <패딩턴>을 떠올리게 될 지 모르겠다. ‘패딩턴’은 1958년 영국에서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40개국 언어로 번역돼 35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내이름은 패딩턴>의 주인공으로, 일명 ‘말하는 곰’으로 불린다. 패딩턴이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개봉하는 <패딩턴>은 절로 웃음이 빵빵 터지는 유쾌한 가족영화로,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제격이다.
머나먼 페루에서 삼촌과 숙모와 함께 살아가던 꼬마곰. 어느날 갑작스런 폭풍우로 집과 가족을 잃은 꼬마곰은 페루에서 영국까지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런던에 도착한 꼬마곰은 우연히 브라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패딩턴이라는 이름도 얻게 된다. 브라운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가족만들기에 나선 패딩턴. 하지만 한 걸음 떼어놓을 때마다 한가지씩 사고를 치는 패딩턴은 이내 ‘위험평가사’라는 요상한 직업을 가진 아빠 브라운(휴 보네빌)의 골치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한편, 말하는 곰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악당 박제사 ‘밀리센트’(니콜 키드먼)는 호시탐탐 패딩턴을 박제로 만들 기회를 노린다.
가장 큰 장점은 ‘전체관람가’임에도 어른에게도 지루하거나 유치하지 않고, 심지어 배꼽이 빠질만큼 재미있다는 점이다. 페루 촌뜨기 패딩턴(목소리 벤 위쇼)이 낯선 인간세계, 그것도 초문명화된 런던에 도착해 겪는 갖가지 사건사고는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낸다.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를 두려워하던 패딩턴이 ‘개를 안고 타세요’라는 안내문을 보고 남의 개를 품에 안은채 당당하게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장면, ‘왼쪽으로 서세요’라는 안내문을 보고는 오른쪽 다리는 들고 왼쪽 다리로만 서는 장면 등에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웃고 즐기는 과정에 슬며시 베어나오는 영화의 메시지도 결코 가볍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런던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고를 치는 패딩턴은 ‘앞뒤가 꽉 막힌’ 아빠 브라운을 변화시키고, ‘중2병에 시달리던 까칠한’ 딸 주디(매들린 해리스)의 마음도 얻게 된다. 그리고 소녀같은 엄마 매리(샐리 호킨스)와 과학자가 되고픈 아들 조나단(사무엘 조슬린) 등 가족 모두를 하나로 연결하며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간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여행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영화 속 런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르겠다. 빅벤과 국회의사당, 타워브리지, 템즈강, 런던아이까지 관객들에게 두 시간 동안 런던 곳곳을 보여준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파란색 코트에 빨간 모자를 쓰고 낡은 여행가방을 든 패딩턴 인형이 아이들을 위한 인기 선물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에선 ‘파워레인저 티라노킹’이 제일 귀하신 몸이지만, 곧 아이들이 패딩턴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영화 속 패딩턴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곰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 사진 아담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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