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여행기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
네이버, 세월호 등장 이유로 예고편 ‘모자이크 처리’ 요구
CGV, 뚜렷한 이유 밝히지 않은 채 언론 시사회 대관 거부
허철 감독 “정권 눈치보는 포털·멀티플렉스가 검열관 노릇”
네이버, 세월호 등장 이유로 예고편 ‘모자이크 처리’ 요구
CGV, 뚜렷한 이유 밝히지 않은 채 언론 시사회 대관 거부
허철 감독 “정권 눈치보는 포털·멀티플렉스가 검열관 노릇”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가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영화 속에 세월호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포털 예고편이 ‘모자이크 처리’ 되는가 하면, 멀티플렉스가 뚜렷한 이유 없이 시사회 대관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미라클 여행기>를 제작·배급하는 ‘미라클필름’ 쪽에 예고편의 일부분을 편집해 줄 것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초반 2초쯤 주인공이 배를 타는 장면에 청해진해운으로 보이는 마크가 노출된 부분이 있다”며 “청해진해운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는 내용이라 세월호 관련 이슈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해당 부분을 편집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결국 <미라클 여행기>의 ‘네이버 2분 예고편’은 청해진해운 마크가 모자이크 처리됐다.
네이버 쪽은 “예고편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의견을 전달한 것일 뿐, 요구나 강요가 아니었다”며 “제작사와 펀딩21(크라우드 펀딩 담당사)이 협의해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씨지브이는 <미라클 여행기>의 언론 시사회 대관을 거부했다. 미라클필름 관계자는 “대관료를 지불하겠다는데도 CGV 쪽에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 영화는 (대관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미라클필름 쪽은 사회적 논란을 빚은 제주 해군기지를 소재로 한 데다, 세월호가 나온다는 이유로 CGV가 대관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기사 : ‘미라클 여행기’는 어떤 영화?)
CGV 쪽은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조차 몰랐다”고 주장한다. CGV 조성진 홍보팀장은 “프로그램팀 담당자가 영화 내용을 알지 못 한 채 자체 판단 하에 대관을 거부한 것 같다”며 “최근 대관 요청이 쇄도하다보니 (수준 미달 영화를) 걸러내려다 실수를 한 듯 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로그램팀 관계자가 당시 “(시사회) 대관 대신 개봉시 제주 CGV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내부 협의를 해보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돼, 영화 내용을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라클 여행기>를 연출한 허철 감독은 “이제 정권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정권의 눈치를 보는 포털과 멀티플렉스가 대신 검열관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앞서 <천안함 프로젝트>, <또 하나의 약속>, <다이빙벨>, <쿼바디스>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를 다룬 영화들이 대관이나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비슷한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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