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여행기
재능기부·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힐링무비’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 담아…소통·화합 메시지 그려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 담아…소통·화합 메시지 그려
재능기부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완성된 <미라클 여행기>(15일 개봉)는 소재에 대한 일부의 편견과 달리 ‘잔잔한 힐링무비’에 가깝다.
대학 졸업 뒤 4년째 백수인 ‘미라’는 답답하던 차에 우연히 알게된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주도로 향한다. 400명의 시민들과 함께 3만5000권의 책을 싣고. 난생 처음 제주를 방문한 그는 아름답고 평온한 제주의 풍광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둘러싸고 이웃·친척·식구끼리 분란을 겪는 강정마을의 아픈 현실을 목격한다. 책을 전달하고 도서관을 지으며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미라.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미라는 3박4일 동안 주민들과 아픔을 나누며 마음을 치유해 간다. 그리고 제주도를 떠날 때 쯤, 한 할아버지에게서 소라껍데기에 심어진 선인장을 선물 받는다. 할아버지는 “해군기지 찬성론자지만, 책마을 프로젝트에도 공감한다”고 말한다. 바다에서 온 소라껍데기와 사막에서 온 선인장, 어울리지 않는 두 존재의 공존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소통,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영화 내용과 큰 관계는 없지만 미라는 인천항에서 ‘세월호’를 타고 제주로 향한다. 아주 잠시, 배에 영문으로 쓰인 청해진이라는 글씨가 노출된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이전인 지난 2013년 10월에 촬영됐다. 허철 감독은 “편집을 마무리할 때 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며 “관객 가운데 세월호 유족도 있을 수 있고, 가슴 아파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청해진이나 세월호 이름이 노출되는 부분을 최대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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