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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미라클 여행기’의 수난기

등록 2015-01-14 19:03

영화 개봉도 전에 잇단 곤욕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사진)가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영화 속에 세월호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포털 예고편이 모자이크 처리 되는가 하면, 멀티플렉스가 뚜렷한 이유없이 시사회 대관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미라클 여행기>를 제작·배급하는 미라클 필름 쪽에 예고편의 일부분을 편집해 줄 것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초반 2초경 주인공이 배를 타는 장면에 청해진 해운으로 보이는 마크가 노출된 부분이 있다”며 “청해진 해운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는 내용이라 세월호 관련 이슈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해당 부분을 편집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결국 <미라클 여행기>의 ‘네이버 2분 예고편’은 청해진 해운 마크가 모자이크 처리됐다. 네이버 쪽은 “단순한 의견제시였을 뿐, 요구나 강요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씨지브이는 <미라클 여행기>의 언론시사회 대관을 거부했다. 미라클 필름 관계자는 “대관료를 지불하겠다는데도 씨지브이 쪽에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이 영화는 (대관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미라클 필름 쪽은 사회적 논란을 빚은 제주 해군기지를 소재로 한데다, 세월호가 나온다는 이유로 씨지브이가 대관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씨지브이 쪽은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조차 몰랐다”고 주장한다. 씨지브이 조성진 홍보팀장은 “프로그램팀 담당자가 영화 내용을 알지 못 한 채 자체 판단 하에 대관을 거부한 것 같다”며 “최근 대관 요청이 쇄도하다보니 (수준 미달 영화를) 걸러내려다 실수를 한 듯 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로그램팀 관계자가 당시 “(시사회) 대관 대신 개봉시 제주 씨지브이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내부 협의를 해보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돼, 영화 내용을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주 강정마을 다룬 다큐멘터리
네이버, 영화사에 예고편 편집 요구
“청해진해운 노출…세월호 이슈 우려”
CGV는 언론시사회 대관 거부도
허철 감독 “알아서 정권 눈치보기”

<미라클 여행기>를 연출한 허철 감독은 “이제 정권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정권의 눈치를 보는 포털과 멀티플렉스가 대신 검열관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앞서 <천안함 프로젝트>, <또 하나의 약속>, <다이빙벨>, <쿼바디스>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를 다룬 영화들이 대관이나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비슷한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재능기부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완성된 <미라클 여행기>는 소재에 대한 일부의 편견과 달리 ‘잔잔한 힐링무비’에 가깝다.

대학 졸업 뒤 4년째 백수인 ‘미라’는 답답하던 차에 우연히 알게된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주도로 향한다. 400명의 시민들과 함께 책 3만5000권을 싣고 난생 처음 제주를 방문한 그는 아름답고 평온한 풍광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이웃·친척·식구끼리 분란을 겪는 강정마을의 아픈 현실을 목격한다. 미라는 책을 전달하고 도서관을 지으며 3박4일 동안 주민들과 아픔을 나누고, 마음도 치유해 간다. 제주도를 떠날 때 쯤, 한 할아버지에게서 소라껍데기에 심어진 선인장을 선물 받는다. 할아버지는 “해군기지 찬성론자지만, 책마을 프로젝트에도 공감한다”고 말한다. 바다에서 온 소라껍데기와 사막에서 온 선인장, 어울리지 않는 두 존재의 공존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소통,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논란의 빌미가 된 세월호 부분은 영화 내용과 큰 관계가 없다. 미라가 인천항에서 ‘세월호’를 타고 제주로 향하는 데, 아주 잠시 영문으로 쓰인 청해진이라는 글씨가 노출된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이전인 지난 2013년 10월에 촬영됐다. 허철 감독은 “편집을 마무리할 때 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고, 유족 등 가슴 아파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청해진이나 세월호 이름이 노출되는 부분을 최대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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