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아버지가 된다는 것

등록 2015-01-19 19:13수정 2015-01-19 19:13

캐나다 만화가 제프 르미어의 <수중용접공>(미메시스)은 아버지와 아들, 탄생과 죽음, 기억과 현실, 상실과 복원에 관한 ‘가족’ 이야기다.
캐나다 만화가 제프 르미어의 <수중용접공>(미메시스)은 아버지와 아들, 탄생과 죽음, 기억과 현실, 상실과 복원에 관한 ‘가족’ 이야기다.
캐나다 만화 ‘수중용접공’
아내 출산 앞두고
실종 아버지 집착하는 남자
거친 필체 소설처럼
아내는 곁에 있지만, 나를 잘 모른다. 잭 조지프에게 출산을 앞둔 아내의 불안보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고통과 기억이 우선한다. 잭의 어머니는 그런 그에게 네 아버지는 무책임한 주정뱅이였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잭은 아버지를 갈구한다.

캐나다 만화가 제프 르미어의 <수중용접공>(미메시스)은 아버지와 아들, 탄생과 죽음, 기억과 현실, 상실과 복원에 관한 ‘가족’ 이야기다. 형식은 만화지만, 내용은 소설에 가깝다. 한장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고, 독자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예비 엄마라면 실종된 아버지에게 집착하는 수중용접공 잭 조지프보다는 그의 아내를 더 눈여겨볼 수 있다. 위험한 직업을 가진 남편의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일을 핑계로 산부인과에 함께 가는 것조차 미루는 남편을 원망하는 아내의 처지가 남 일 같지 않을 게다. 무책임한 남편 대신 아이를 키워본 싱글맘이라면, 끊임없이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아들에게 네 아버지는 가정에 무심했고 해저의 보물을 찾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며 술에 빠져 살던 놈팡이라는 식의 욕설을 퍼붓는 잭의 어머니에게 좀더 감정을 이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중용접공>은 모든 아버지를 위한 그럴듯한 변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깊은 바닷속에서 일하면서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부담감 앞에 자꾸 위축되고, 어린 시절 바닷속에서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집착하며 헤매는 잭과 ‘대박’을 꿈꾸며 무능하게 살면서도 아들인 잭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애쓰는, 하지만 스스로 한 작은 약속도 지켜내지 못하는 그의 아버지…. 평범한 이 땅의 아버지들의 모습일 수 있다.

만화 속 인물들은 그 누구도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았다. 되레 에드바르 뭉크의 걸작 <절규> 속 인물처럼 퀭한 눈, 주름진 얼굴을 한 지친 모습이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2012년 간행된 <수중용접공>은 거친 필체속에 녹아 있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극찬을 받았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뉴욕 타임스>, 아마존닷컴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됐고, 최고의 만화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