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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압력’ 파문 확산

등록 2015-01-26 11:35수정 2015-01-26 19:23

영화제작가협회 등 12개 영화단체들 “사퇴 종용 철회” 성명
“표현의 자유 침해…부산영화제 정체성과 존립도 흔들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국내 12개 영화단체들이 26일 부산시의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어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독립예술영화관모임,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학회 등은 공동 성명에서 “이 위원장 사퇴 권고가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제19회 부산영화제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부산영화제는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이후 부산시는 지난달 부산영화제 감사에 들어갔다. 정경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김광희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지난 23일 이 위원장을 만나 “서병수 시장의 뜻”이라며 사퇴를 권고했다.

영화단체는 성명에서 “정상적인 영화제라면 정치인이 작품 선정에 관여할 수 없다. 프로그래머의 작품 선정 권한을 보장하는 것은 영화제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가 지난 19년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급성장한 것은 이런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이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부산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단체는 “(사퇴 종용) 철회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화인은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기구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영화제쪽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서로 동의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지 합의하는 과정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공공연하게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다큐 ‘다이빙벨’. 사진 부산영화제 누리집
다큐 ‘다이빙벨’. 사진 부산영화제 누리집
영화제쪽은 또 부산시가 지난 24일 발표한 ‘부산영화제 운영 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 입장’ 자료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프로그램 선정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 “영화제 초청 상영작은 특정 시기에 접수해 일괄 심사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의 영화관과 안목에 따른 주관적 판단이 먼저이며 이는 존중해야 할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본적인 권한이다. 이는 세계적인 유명 영화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을 공개 채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마다 100여명의 단기 스태프를 전면 공개 채용한다. 이들 중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일부를 계약직으로, 또 정규직으로 공개 채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재정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화제 특성상 돌발적이거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과실이 발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착오나 단순 과실일 뿐 이를 두고 재정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영화제쪽은 “부산시가 지도점검 결과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고 공문으로 공식 요청하면 숙고해 정중하게 응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6년 부산영화제 출범 당시 수석 프로그래머였던 이 위원장은 부집행위원장, 공동집행위원장을 거쳐 2010년 집행위원장이 됐으며, 2013년 총회에서 연임돼 공식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아래는 영화단체들의 공동 성명서 전문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초유의 사태다. 지난 1월 23일 정경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김광희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이용관 위원장을 만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뜻’이라며 사퇴를 권고했다. 이어 KNN과의 통화에서 직접적 사퇴 언급이 없었다고 부인하던 부산시는 논란이 커지자 1월 24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 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하여 “이용관 현집행위원장의 거취문제를 비롯한 인적 쇄신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권고를 인정한 것이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당시 수석프로그래머였으며, 부집행위원장, 공동집행위원장을 거쳤고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어 2010년 집행위원장이 된 이용관위원장은 2013년 2월 총회에서 3년 임기의 집행위원장에 연임돼 임기가 내년 2월까지이다.

지난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 취소를 요청한 바 있다. 부산시는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는 이유를 들었으나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하여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냈다. 이후 부산시는 12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감사를 단행하였다. 우리는 이번 이용관 위원장 사퇴 권고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긴 하나 특정 영화를 틀거나 틀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다. 정상적인 영화제라면 정치인이 작품 선정에 관여할 수 없다. 프로그래머들의 작품 선정 권한을 보장하는 것은 영화제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9년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급성장한 것은 이런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이 위원장이 사퇴를 종용 당한 것은 부산시의 보복 조치인 것이 분명해보이며 이는 단순히 이용관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부산시가 지금이라도 사퇴 종용을 철회하길 바란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부산시는 영화인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부산시민과 영화인과 국민이 함께 만들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이다. 부산시장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다.

우리는 부산시가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영화인은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기구를 조직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다.

2015. 1. 26.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독립예술영화관모임,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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