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
영화 ‘쎄시봉’ 내달 5일 개봉
송창식·윤형주 실제 이야기에
오근태·민자영 가상 인물 결합
포크음악 흐르는 청춘·멜로 영화
노래 전곡 배우들이 직접 소화
말투·몸짓까지 ‘싱크로율 100%’
송창식·윤형주 실제 이야기에
오근태·민자영 가상 인물 결합
포크음악 흐르는 청춘·멜로 영화
노래 전곡 배우들이 직접 소화
말투·몸짓까지 ‘싱크로율 100%’
‘쎄시봉’ 열풍의 진원지는 2010년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였다. 1970년대 포크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활동하던 가수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등은 그 시절을 다시 무대에 올려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전국을 휩쓴 쎄시봉 바람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차차 사그라들었다.
다시 쎄시봉이다. “또냐?”며 지겨워할 법도 하다. 영화 <쎄시봉>은 언뜻 몇년 전 열풍의 연장선 같지만, 분명 다른 지점이 있다. 그 시절의 추억, 낭만, 복고 같은 코드에만 갇히지 않는다. 영화를 지배하는 건 불처럼 뜨겁게 흔들리는 청춘, 두근거리면서도 쓰라린 첫사랑 같은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감성이다. 몇년 전 중장년층을 사로잡았던 쎄시봉의 정서는 이제 20~30대 젊은층도 사로잡을 음악영화이자 청춘영화, 멜로영화로 재탄생했다.
김현석 감독은 <놀러와>에 출연한 쎄시봉 가수들을 보며 영화를 처음 구상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장기를 발휘한 그는 ‘스크린의 로맨티스트’라는 별명답게 쎄시봉 가수들의 아름다운 노래의 밑바닥에는 분명 사랑이 있었을 거라는 상상을 펼쳤다. 그는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을 조합해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이야기는 윤형주·송창식이 결성한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가 데뷔 이전에 3인조인 ‘트리오 쎄시봉’으로 결성됐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윤형주·송창식과 함께 트리오를 이룬 멤버 이익균은 엄연한 실존인물이다. 그가 군에 입대하면서 듀오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익균과 다른 가상인물 오근태(정우)를 창조해냈다. 영화는 근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중요한 가상인물이 또 있다. 쎄시봉 가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민자영(한효주)이다. 청순하면서도 도도한 자태로 쎄시봉 가수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자영은 결국 근태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배우로서 성공을 바라는 자영은 꿈을 위해 힘겨운 결단을 내리고, 두 사람의 인연은 기구한 운명으로 바뀌어간다.
영화를 보면서 놀라게 되는 것은 실존인물과 배우의 ‘싱크로율’이다. 특히 조영남을 연기한 김인권과 송창식을 연기한 조복래가 발군이다. 노래는 물론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를 복사기로 옮긴 것 같다. 신인배우 조복래는 송창식이 평소 노래하는 미사리 카페에 찾아가 공연을 보고 함께 차를 마시며 연구했다. 다만 이장희의 젊은 시절과 나이 든 시절을 각각 연기한 진구와 장현성은 복제 대신 나름의 해석으로 배역에 접근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많은 쎄시봉 노래들이 등장한다.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과 ‘웨딩케이크’, 조영남의 ‘딜라일라’,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등이 불려진다. 모든 노래를 배우들이 직접 불렀는데, 그 실력이 믿기 힘들 정도로 상당하다. 윤형주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출신 강하늘은 찌를 듯한 고음의 미성을 자랑하고, 송창식 역의 조복래는 깊은 울림의 창법을 구사한다. 정우는 중후한 베이스 창법을 제법 근사하게 소화한다. 셋이 미국 민요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을 부르는 장면에선 아름다운 화음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배우들은 노래와 기타 연주를 위해 석달 동안 맹연습을 했다고 한다.
영화는 크게 쎄시봉 시절인 1970년대 초반과 20년 뒤인 1990년대 초반, 거기서 20년 뒤인 지금의 시점으로 나뉜다. 40대 시절의 근태는 김윤석, 자영은 김희애가 맡았다. 한효주와 김희애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정우와 김윤석의 분위기는 꽤나 다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정우가 김윤석으로 변하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법한데, 이는 감독이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정우와 상반된 이미지의 김윤석을 캐스팅함으로써 관객들이 근태의 인생 변화를 궁금해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노래 ‘웨딩케이크’는 미국 가수 코니 프란시스의 원곡을 트윈폴리오가 번안곡으로 발표한 것이다. 경쾌한 선율과 달리 슬픈 노랫말을 품고 있다. 영화는 노랫말이 왜 이렇게 슬프게 바뀌게 됐는지 그 비밀을 알려준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며 김희애가 부른 ‘웨딩케이크’가 흐르는 그 순간만은 그 사연을 진실로 믿고 싶어진다. 2월5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영화 <쎄시봉>은 1970년대 포크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을 조합해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