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명탐정 김민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 씨, 그의 조수 서필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씨.
조선명탐정 2탄:사라진 놉의 딸
김명민-오달수 콤비 4년만에 컴백
불량 은 유통 추적하며 좌충우돌
한지민 대신 이연희, 조관우 감초로
웃음 코드 여전해…1편 흥행 넘을까
김명민-오달수 콤비 4년만에 컴백
불량 은 유통 추적하며 좌충우돌
한지민 대신 이연희, 조관우 감초로
웃음 코드 여전해…1편 흥행 넘을까
브라운 신부, 미스 마플, 에르퀼 포아르, 앨러리 퀸, 오귀스트 뒤팽, 적인걸, 긴다이치 고스케, 그리고 셜록 홈즈…. 추리 마니아가 아니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세계 명탐정’ 명단에 한국의 고유 캐릭터를 추가한다면?
지난 2011년 개봉해 480여만 명의 관객을 모은 ‘조선명탐정’이 4년 만에 돌아왔다. 1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은 2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로 유일무이한 ‘한국형 탐정 시리즈’로 자리를 잡은 것. 설연휴를 겨냥해 오는 11일 개봉하는 이 영화가 과연 ‘전작만한 후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깨고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편에서 공납비리를 추적하며 ‘홈즈-왓슨’ 못지 않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조수 서필(오달수) 콤비가 이번에는 불법 은괴 제작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때는 정조 19년. 왕의 총애를 받던 김민은 어찌된 일인지 외딴 섬에 유배된다. 찾아오는 이는 파트너 서필과 “동생을 찾아 달라”고 애원하는 어린 소녀 뿐. 그러던 어느 날 김민은 조선에 불량 은괴가 유통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잠자고 있던 탐정 본능이 깨어난 김민은 ‘유배지 이탈’이라는 중죄를 감수하고 불량 은 유통사건 해결과 소녀의 행방불명된 동생을 찾기 위한 본격 수사에 나선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모의 여인 히사코(이연희)가 사사건건 끼어들며 수사에 혼선을 더한다.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김민-서필 콤비가 선사하는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다. 이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사를 통해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빵’터지는 웃음을 선사한다. 기존의 추리물들이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추리를 통해 스릴과 긴장을 선사했다면, <조선명탐정>은 콤비가 자아내는 박장대소가 가장 큰 무기인 셈이다. 위기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보여주기보다,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웃음에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수사와 추리에는 다소 ‘허점’이 발견된다.
김민과 서필, 두 주인공은 1편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일관된 모습을 보이며,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못지않은 나름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셜록 홈즈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지만 이기적인데다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괴짜’라면, 조선명탐정 김민은 명석하지만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허당’이다.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밝힘증’까지 있다. 조력자인 서필의 캐릭터는 더욱 매력적이다. 왓슨 박사가 홈즈의 수사를 돕고 그의 추리를 기록하는 역할이라면 서필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양반인 김민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돌직구 입담에 빼어난(?) 몸개그까지 선보인다. 1편보다 서필의 비중을 늘려, 배우 오달수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데 성공한다.
김민의 발명품도 놓칠 수 없는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부싯돌과 지푸라기로 만든 조선 최초의 라이터 ‘지폴’, 동물의 뼈에 약품을 섞어 만든 ‘야광 물약’, 조선판 대형 행글라이더 ‘비거’ 등 김석윤 감독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빛난다.
1편의 흥행에 기댄 비슷한 이야기 전개는 안정적이지만 한편으론 아쉽다. 수사 과정에서 묘령의 여인이 등장해 혼선을 빚지만, 알고 보면 그 뒤에는 남모를 아픔이 감춰져 있다는 식의 전개는 1편과 거의 동일하다. 전편에서 한지민이 ‘한객주’ 역할로 섹시함과 순수함을 오가는 ‘이중 캐릭터’를 소화했다면, 2편에서는 이연희가 왜(일본)에서 온 기생 ‘히사코’로 나온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꿈은커녕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조선 여인들의 고단한 삶과 아픔을 담아내는 것도 전편과 궤를 같이 한다. 기시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보완할 ‘보너스’도 있다. 바로 갑자기 등장해 미친 존재감을 뽐내는 ‘조관우’다. “가수 조관우가 맞나?”싶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를 살피게 할 정도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고도의 두뇌게임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싱거운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설 명절에 온가족이 깔깔거리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영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딜라이트 제공
영화에 등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모의 여인 히사코(이연희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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