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시네마달 제공
[리뷰] 다큐 ‘망원동 인공위성’
디지털 예술작가 송호준의
‘파란만장’ 인공위성 발사기
디지털 예술작가 송호준의
‘파란만장’ 인공위성 발사기
“그래서? 그 사람 결국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대?”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발사’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한 디지털 예술작가 송호준. 지난 2013년 <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첫 비연예인 게스트로 출연해 유명해진 송씨에 대해 사람들이 처음 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오직 결과만을 궁금해하는 세간의 관심에 색다른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이 5일 개봉한다. 만화 캐릭터같이 엉뚱 발랄한 송호준의 파란만장한 인공위성 발사기를 여과없이 담아낸 영화다.
2008년 송씨는 평소처럼 엉뚱한 상상을 한다. “과연 개인이 인공위성을 만들어 쏘아올릴 수 있을까?” 궁금하면 직접 해보면 된다! 그는 개인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다. 100,000,000원. 개인이 감당하기엔 무리인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송씨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1만원짜리 티셔츠 1만장 팔기’다. 각각 고유번호가 달린 티셔츠를 산 사람 가운데 한 명을 추첨해 다음번에 자신만의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종의 ‘경품 이벤트’도 곁들인다.
처음엔 “그까이꺼”할 만큼 호기롭게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티셔츠는 팔리지 않고, 인공위성 제작은 난관에 봉착한다. 로켓 탑재를 위해 인공위성을 보내야 할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온다. 송호준은 잠도 잊고 끼니도 거른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누군가는 ‘도대체 무슨 돈지랄이냐’거나 ‘무모한 일에 청춘을 허비한다’고 나무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송호준은 당당하게 말한다. “엄마가 너 요즘 뭐 하고 다니느냐고 하면, ‘나 요즘 인공위성 쏘면서 꿈과 희망을 전파하고 있어’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방송, 유튜브, 에스엔에스를 통해 유명해진 송호준이 만약 손쉽게 1억원을 충당하려 했다면 그냥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 된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몇몇 기업들이 자사 홍보 수단으로 송호준을 후원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는 기업의 손을 과감히 뿌리친다. “꿈과 희망이 돈으로 치환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과학자’가 아닌 ‘아티스트’라고 소개한다. 미스코리아처럼 둘러진 그의 어깨띠에 적힌 ‘사이언스 이즈 판타지’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세계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인 송호준의 ‘OSSI-1’은 2013년 4월1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에서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탑재돼 발사된다. 그래서 결국 그의 인공위성이 지구와의 교신에 성공했냐고? 과연 누가 그의 도전에 성공이나 실패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을까. 영화는 그저 꿈꾸는 사람 ‘송호준’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우리가 궁금해야 할 것은 인공위성 발사 성공 여부가 아니라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일지 모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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