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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전성시대? 배우는 그런 거 몰라야 돼요

등록 2015-02-10 19:43수정 2015-02-10 22:12

[인터뷰] ‘관객 1억 배우’ 오달수
“같은 캐릭터로 1편에 이어 2편을 찍다보니 너무 익숙한 나머지 불안감도 컸다”는 배우 오달수. 연기나 작품에 대해 말할 때 오달수의 주어는 항상 ‘나’다. ‘관객이 식상해 할까봐가 아니라 본인의 불안감을 걱정하고 있냐’고 핀잔을 주니, “관객보단 스스로에 집중하는 편이다. 관객은 (연기를) 보는 입장, 나는 (연기를) 하는 입장, 우린 서로 분야가 다른 것 아니냐”며 웃었다. 이정용 선임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같은 캐릭터로 1편에 이어 2편을 찍다보니 너무 익숙한 나머지 불안감도 컸다”는 배우 오달수. 연기나 작품에 대해 말할 때 오달수의 주어는 항상 ‘나’다. ‘관객이 식상해 할까봐가 아니라 본인의 불안감을 걱정하고 있냐’고 핀잔을 주니, “관객보단 스스로에 집중하는 편이다. 관객은 (연기를) 보는 입장, 나는 (연기를) 하는 입장, 우린 서로 분야가 다른 것 아니냐”며 웃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배우 오달수(47)는 술을 좋아한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주로 술을 마신다고 했다. 스스로를 “‘연기의 도’는 아직 모르겠지만 ‘주도’는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오달수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맥주를 시켰다. 10일 오후 1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시작된 대낮의 인터뷰는 그렇게 ‘취중 인터뷰’가 됐다. 그는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11일 개봉)로 설 연휴에 관객들을 찾는다. 그 ‘빵 터지는 웃음’과 함께 1편(<조선명탐정: 각시투구 꽃의 비밀>)에 이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냥하러 나선다. 이번에는 조선의 경제를 어지럽히는 불량 은괴 유통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주연보다 나은 조연’, ‘씬 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람들이 왜 자꾸 조연만 하냐고 하는데, 영화에는 주·조연이 없어요. 각 씬(장면)마다 주연이 있을 뿐. 저는 제가 주연인 장면에 성의를 다 하는 거죠. 그런 장면들이 합쳐져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겁니다.” 오달수는 ‘명품 조연배우’라는 별명에 대해 이런 대답을 내놨다. ‘그래도 내 영화를 하고픈 욕심이 들지 않냐’고 재차 물었더니 “연기는 비우고 버리는 과정이다. 도 닦는 심정으로 연기를 하는데, 그래서인지 ‘주연 욕심’따위는 안 생기더라”고 했다. 어지간한 배포로 주연을 맡기는 쉽지 않다고도 했다.

‘1000만 관객 영화’ 출연만 무려 5편
누적 1억명 넘긴 최초의 한국 배우
“왜 조연만 하냐고? 내 ‘신’에선 주연
주연 욕심 없는데 로맨스 영화는…
근데 시나리오가 안들어와요 하하”

주·조연이 문젠가. 요즘 영화계에서 ‘1000만 영화’ 운운하지만 오달수는 ‘1억 배우’다. 1300만명을 넘긴 <국제시장>을 비롯해 <괴물> 목소리 출연,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무려 5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그는 최근 ‘누적 관객 1억명을 넘긴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흥행 면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수치에 불과할 뿐, 내 영화가 몇 만 명을 동원했는지 애써 찾아보지 않는다”며 “좋아서 선택한 작품들인 만큼 믿음을 가지긴 한다”고 답했다.

흥행이 잘 되는 작품만 골라잡는 비결이 있을까? “그냥 재미있는 작품을 골라요.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해서 2~3시간 동안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가고 끝까지 읽히는 작품? 솔직히 그런 작품은 내 배역이 뭔지도 안 보여요. 그냥 ‘좋은 작품이구나’하죠.” 이렇게 선택 하다보니 맘에 드는 작품이라면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무조건 출연한다. 그래서 ‘다작 배우’기도 하다.

누군가는 오달수가 비슷한 이미지로 여러 작품에서 여러 감독들에 의해 ‘닳도록 소모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 하기도 한다. 그는 “닳고 닳을수록 윤이 나고 빛이 날수도 있지 않나.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힘들다. ‘오달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로맨스 영화를 해서 새로운 연기도 해보고 싶은데 시나리오가 안 들어온다. (대본에) 있던 키스신도 감독이 카메라 돌리고 나면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들어내버리기 일쑤”라며 웃었다.

영화에서와 달리 오달수는 스스로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고 했다. 어떻게 배우가 됐을까? 대답이 재밌다. “그냥 왔다갔다 하다가. 먹고 살려고 공연 팜플릿 배달 일을 했는데,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갔다가 이윤택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마침 배역 하나가 빵꾸 났는데, 잘 됐다. 니가 해봐라’라고.” 바로 그 유명한 작품 <오구>였다. 한 번 하고 너무 떨려 다시는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는 오달수는 “<오구>가 너무 좋은 평가를 받아 공연이 지속된데다, 외로운 참에 극단 식구들이 너무 좋아서 그 길로 이렇게 돼버렸다”고 했다. 지금은 영화배우로 더 유명하지만, 그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다. 해마다 한 편 이상씩 꼭 연극에도 출연한다.

연기 생활 25년, 극단 대표까지 맡고 있으니, 연출도 욕심 낼 법 하다. 그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딱 한 번 연극 연출을 맡았을 때 남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단골 술집에서 후배들이 자신을 ‘왕따’시키고 방문 닫고 신발을 숨긴 채 술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 “외로워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는데, 더 외로워지는 자리를 맡아서야 되겠어요? 감독님이나 연출님들은 제 얘기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그는 올해 <조선명탐정>을 시작으로 최동훈 감독의 <암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등 ‘2015년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에 연이어 출연할 예정이다. 1000만 영화 5편, 누적 관객 1억명, 내로라 하는 감독들의 연이은 러브콜까지…. 지금이 ‘달수의 전성시대’가 아닐까? “아이고…. 항상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해요. 내일 당장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요. 남들이 그런 말 해도 배우는 그런 것(전성시대) 몰라야 돼요. 그게 정상이예요. 어여 술이나 한 잔 더 해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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