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 한 편이 나왔다. 12일 개봉하는 <꿈보다 해몽>은 꿈이라는 소재를 지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유쾌한 독립영화다.
영화 ‘꿈보다 해몽’ 12일 개봉
`낡은 자동차 꿈풀이 익살스럽게
독립영화판 ‘인셉션’…연극 느낌도
유준상·서영화 등 연기파 출연
`낡은 자동차 꿈풀이 익살스럽게
독립영화판 ‘인셉션’…연극 느낌도
유준상·서영화 등 연기파 출연
꿈은 신비로운 현상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이 인간 내면의 깊은 무의식 세계의 반영이라 했다. 하지만 사람이 왜 꿈을 꾸며 그 꿈이 뭘 의미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낸 이는 아직 없다. 꿈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꿈은 영화의 좋은 소재다.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꿈의 세계는 현실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이의 이야기를 담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수면의 과학>이나 꿈속에서 꿈을 꾸고 그 안에서 또 꿈을 꾸는 기이한 구조의 이야기를 그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이 대표적이다.
꿈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 한 편이 나왔다. 12일 개봉하는 <꿈보다 해몽>은 꿈이라는 소재를 지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유쾌한 독립영화다.
영화는 이광국 감독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한 장면으로부터 잉태된다. 넓은 들판에 외롭게 서있는 낡은 차의 이미지. 거기에 누가 타고 있고 그 차는 왜 거기에 있는지, 이 감독은 호기심을 품었다. 이 감독은 투병중인 아버지를 간호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 사이를 헤매는 아버지를 보면서 꿈을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순간 낡은 차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렸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인기 없는 연극 공연만 하는 무명 여배우 연신(신동미)은 관객 하나 들지 않은 공연장을 박차고 나온다. 공원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연신 앞에 형사(유준상)가 나타난다. 형사는 인근에서 벌어진 자살사건을 처리하고 난 뒤 심란해하던 터였다. 연신은 간밤에 꾼, 넓은 들판에 낡은 차가 등장하는 이상한 꿈 얘기를 하게 되고, 형사는 나름의 꿈풀이를 한다.
연신에게서 “미래가 없다”며 이별 통보를 받은 우연(김강현)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형사를 만난다. 우연 또한 낡은 차가 등장하는 꿈 얘기를 하고, 형사는 꿈풀이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연신과 우연의 꿈이 서로 연결되는 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급기야 꿈에 나오는 낡은 차가 현실에도 등장하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꿈과 현실의 흐릿한 경계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솜씨가 맛깔나다.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이 감독은 장면 전환이 별로 없는 롱테이크 기법을 많이 활용했다. 연극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홍 감독 영화 작업 때 인연을 맺은 유준상이 주연을 맡은 건 물론, 김태우도 특별출연을 했다. 홍 감독의 <극장전> 촬영 당시 알게 된 서영화는 형사의 아픈 누나로 출연해 짧지만 오래도록 남는 장면을 연기해냈다. 모든 출연 배우들이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준다.
<꿈보다 해몽>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씨지브이무비꼴라쥬상과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질투는 나의 힘> <똥파리> <무산일기> <한공주> 등 한국 독립영화의 수작들이 진출·수상했던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다. 한국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만남과 헤어짐, 꿈과 악몽, 웃음과 눈물에 대한 맛깔나게 익살스러운 로맨틱 코미디. 이광국 감독은 프로이트의 문제적 유산을 즐겁게 가지고 논다”라고 평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케이티앤지상상마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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