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삼례읍 하리에 사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마을교회 안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완주군 제공
미을 무대로 영화 직접 만든 완주 삼례 초등학생들
“우리 동네로 영화 보러 오세요.”
농촌 어린이들이 자신의 마을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감독과 배우 등을 맡아가며 살아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하리마을 초등학생(1~6학년) 15명은 배우로 출연한 마을주민 등 20여명과 함께 지난 20일부터 영화를 촬영했다. 학생들은 완주군 향토예술문화회관(문화의집)이 마련한 ‘10일간의 영화제작 체험교실’을 통해 마을교회에서 <하늘에서 날아온 닭> 영화를 직접 찍고 있다.
30일 저녁 7시에는 촬영 작업을 한 마을교회 마당에서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가 열린다. 앞으로 전주시민영화제 등 단편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국무총리 복권위원회가 예술사업에 지원한 1천만원을 들여 제작한 이 영화는 어느 날 하늘에서 우연히 떨어진 닭을 놓고, 주민들이 서로 갈등을 빚다가 어린이의 중재로 결국 화합하는 내용을 3가지 옴니버스 형태로 만들었다. 상영시간은 20분 가량이다.
시나리오에서 촬영과 편집, 섭외 등 전 과정을 어린이들이 맡았고, 창작영화인들의 모임인 ‘창시’에서 촬영을 도와줬다.
애초에는 문화의집 안에서 모든 작업을 하려 했으나 마을에서 문화의집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는 지적에 따라, 배경이 좋은 삼례하리교회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이곳은 수령이 300년 된 정자나무가 있고 건물도 독특하다.
매일 오후 4시께 모이는 바람에 학원에도 가지 못한 아이들은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카메라를 보면서 영화 만들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주민들도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과 영화창작을 배우는 계기를 제공했다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촬영장소인 정자나무 아래에서 동시녹음 붕대를 잡고, 카메라를 붙들며 ‘레디액션’을 외치며 밤낮으로 10일간 영화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학생들은 이 작업을 통해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지고 협동정신을 몸에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수업시간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촬영기간 동안 예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한 장면을 촬영하는 데도 줄잡아 20여 차례를 반복하기도 했다. 또 6학년 성진이가 감독을 맡았을 때는 할머니의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깐깐하게 엔지(NG)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다른 구실을 맡은 아이들이 투덜거리기도 하고 서로 웃기도 했다. 처음 보는 촬영장비를 다루는 데 서툴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자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아이들에게 영화 만들기는 영상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장르 가운데 하나인 영화를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영상문화에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의집 성현옥(32)씨는 “농촌지역을 소재로 어린이와 주민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면서 공동체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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