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곰상은 이란 진보파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연출한 '택시'에 돌아갔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파나히 감독을 대신해 조카인 하나 사이디가 수상했다. 사진 오른쪽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심사위원장. AP 연합뉴스
테헤란 시내를 택시 몰며 승객과의 대화 찍어
현재 출국 금지 상태…조카가 대신 시상식 참석
현재 출국 금지 상태…조카가 대신 시상식 참석
이란의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영화 <택시>로 제65회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심사위원장은 14일 “파나히 감독은 예술혼을 잃지않고 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이지도 않은 채 영화에 보내는 연예편지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지난 2010년 이란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이슬람 공화국에 반대하는 내용을 선전한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20년 동안 영화 제작을 금지당했다. 하지만, 파나히 감독은 창작의 자유를 외치며 계속 영화를 만들어 왔다.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 <택시>는 파나히 감독이 테헤란 시내에서 직접 노란색 택시를 몰고 다니며 승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택시 요금 계기판에 달린 모바일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알라졌다.
파나히 감독은 현재 출국 금지 상태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 영화에 출연한 감독의 여조카 하나 사에이디가 시상식에 참석해 황금곰상을 대신 수상했다. 파나히 감독은 지난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이란 여성들의 업악과 차별, 그에 저항하는 용기를 다룬 영화 <더 서클>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장을, 2006년 베를린 영화제에선 축구경기장 출입을 금지당한 이란 여성 축구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오프사이드>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 영화판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1년 민주화 인권, 평화에 이바지한 영화에 수여하는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의 나영길 감독은 영화 <호산나>로 단편영화 부분 최고상인 베를린영화제 단편 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호산나>는 아프거나 다친 마을 사람들을 치유하고 죽은 자들을 되살리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25분짜리 단편 영화다.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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