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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새가 되고싶어 떠난 아내, 그녀를 찾아나선 남편

등록 2015-02-24 19:44수정 2015-02-24 19:44

영화 <조류인간>의 한 장면.
영화 <조류인간>의 한 장면.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 26일 개봉
진짜 나를 마주하려는 사람들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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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짜리 초예산 실험작 <좋은 배우>(2005), 단 3명의 스태프와 3000만원의 제작비만으로 완성한 <러시안 소설>(2013), 김기덕 감독과 손잡고 만든 <배우는 배우다>(2013) 등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를 계속해 온 신연식 감독. 그의 신작 <조류인간>이 26일 관객을 찾는다. 이 영화는 발상에서 만듦새, 결말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러시아 모스크바영화제,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등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조류인간>은 신 감독의 실험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인 <러시안 소설> 속 주인공이 쓴 소설 <조류인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즉, 영화 속 가상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 셈. 그 때문인지 <조류인간>을 둘러싼 분위기는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러시안 소설>과 많이 닮아 있다. 신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조류인간>은 <러시안 소설> 각본을 쓸 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뒀다”며 “<러시안 소설> 속 주인공 신효가 썼을 법한 소설 제목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러시안 소설>에는 <조류인간> 외에도 <통정>, <천년의 물약>, <귀 기울여 속삭이기> 등 여러 소설책이 등장하는데, 차례로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류인간>은 그 첫번째 프로젝트다.

영화의 내용은 언뜻 황당무계하다. 한 때 유명했던 소설가 정석(김정석)은 15년째 집필을 포기하고 행방이 묘연한 아내(정한비)를 찾아다닌다. 엄마를 기억조차 못하는 딸을 두고 텐트생활을 전전하던 그는 아내를 안다는 묘령의 여자 소연(소이)를 만난다. 여자의 도움과 우여곡절 끝에 알아낸 사실은 충격적이다. 사라진 사람들은 모두 ‘새’가 되어 새로운 삶을 찾으려 했다는 것. 대체 그들은 왜 ‘인간’을 버리고 ‘새’가 되려 하는 것일까?

영화는 ‘새’가 되고자 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찾아나선 정석이 15년의 시차를 두고 새가 되는 것을 돕는 한의사, 약초꾼, 사냥꾼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중첩시킨다. 판타지적인 듯 보이는 영화는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을 좀 더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끈다.

단순한 현실도피가 아니다. 아내와 실종자들은 “나는 정말 새로 태어났어야 한다”고 간절히 믿는 사람들이다. 정석은 집을 나간 아내의 여정을 뒤따르며 비로소 아내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온전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길고 치열한 여행을 떠나는 아내, 다 안다고 믿었던 가장 가까운 존재인 아내의 ‘정체성’을 전혀 알지 못했던 남편. 영화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우리는 나 자신을, 또는 서로를, 다 안다고 여기지만 혹시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가까운 관계에서도 종종 느껴지는 낯선 불편함과 서걱거리는 갈등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넌 대체 누구니?”라던 정석의 질문이 결국 “내가 누구니”로 바뀌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한 편의 우화와도 같은 서정적 은유를 통해 관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정말 알고 있나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카라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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